매일신문

[매일춘추] 건들바위 옆 복합문화공간, 보이드갤러리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2020년 대구 중구 건들바위 부근에 개관한 보이드갤러리는 '플랫 화이트'라는 제목의 청년 작가 9인의 회화 전시로 운영을 시작했다. 지역 내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작가들의 전시로 운영을 시작한 만큼 새롭게 등장한 전시 공간에 대한 청년 작가들의 관심이 남달랐다.

이후 두 번째 기획전 '북두칠성-기나긴 여정 속, 7인의 모험'이라는 제목을 가진 장애인 작가들의 단체전과 이어지는 다양한 매체의 전시들을 통해 전시 공간의 성격을 구축해나갔다. 보이드갤러리는 주로 공익적인 주제의 전시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작가들에게 대관료, 홍보비, 운송비 등 전시 전반에 소요되는 예산을 지원한다.

당시 대학원을 수료하고 청년 기획 그룹 아트만의 큐레이터로 활동을 시작했던 나는 주로 공모 사업을 통해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다. 청년 기획자와 작가를 위한 새로운 전시 공간을 찾는 일에 집중해있을 때쯤, 우연한 기회로 보이드갤러리의 개관 소식을 접했다. 대구에 매력적인 전시 공간이 새롭게 탄생했다는 기쁨과 호기심으로 기획안을 들고 보이드갤러리를 찾았던 기억이 난다. 갤러리 측과 어떠한 인연도, 일면식도 없었지만 수소문을 통해 조심스레 연락을 취하고, 미팅 약속을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전시 기획안을 준비했다.

공간을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기관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중요한 시기였을 텐데, 보이드갤러리의 디렉터는 청년 기획자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줬고 전시 기회가 성사돼 지역의 유망한 청년작가들을 새로운 전시공간에서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진행하게 된 전시가 2020년도에 진행했던 '레이어, 시간의 기록', '포스트 휴먼', 2021년도에 진행했던 '누드, 선으로부터', '김승환 개인전: 뿔난 늑대'다. 특히 '누드, 선으로부터'는 미술사의 다양한 사조들 속에서 오랫동안 자리 잡아온 누드, 즉 나체의 조형표현을 동시대의 청년 작가 김상덕, 김지은, 박규석, 사일구, 성호, 최민규와 함께 되짚어보기 위해 기획된 전시로, 전문 누드모델을 섭외해 촬영부터 실시간 드로잉, 후작업을 통한 전시까지 이어지는 기획 전시였다. 미술대학 학부의 수업이 아니면 쉽게 접하기 힘든 실제 인체를 여러 작가가 모여 함께 다뤄 보는 경험을 통해 각자의 작업을 이어나가던 청년작가들에게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보이드갤러리는 이후에도 지역 예술가와의 콜라보 전시, 재단과의 협력을 통한 인문 멘토링 사업, 문화프로그램 운영 등 시각예술에 국한되지 않고 현재까지 예술을 매개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특히 시민들에게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대형 카페 대봉정, 독립서점 대봉산책 등과 함께 위치해있어 카페를 찾은 손님들에게 자연스럽게 문화와 예술을 소개할 수 있는 문턱이 낮은 갤러리로 역할하고 있기도 하다. 크지 않은 전시장 규모이지만 휴식을 위해 카페를 찾은 고객들의 발걸음을 이끌어 짧게나마 문화를 즐기도록 유도하기에 충분하다.

보이드갤러리는 명칭은 '갤러리'이지만 작품을 유통하는 상업공간이기보다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지역 예술가 및 기업, 단체들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선보인다. 지역의 다른 전시공간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선보이는 보이드갤러리가 앞으로도 시각예술과 더불어 복합적인 매체로 시민에게 문화를 친근히 전달하는 공간이자, 지역 예술가에게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힘이 되는 공간으로 존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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