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간의 가격 격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서울의 일부 인기 지역과 단지에 수요가 몰리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분석된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8월 월간 주택시장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 상위 20%와 하위 20% 간의 매매가격 비율, 즉 5분위 배율이 5.27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12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로,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사이의 가격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임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8월 서울의 상위 20%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약 25억8천만원이었고, 하위 20%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약 4억9천만원에 그쳤다.
이 같은 격차 확대는 지난해 11월 4.53이었던 5분위 배율이 올해 7월 5.16으로 상승한 데 이어, 이번 8월에는 5.27로 더욱 벌어진 것이다. 서울의 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8월 대비 약 1억191만원(6.7%) 상승한 반면, 하위 20% 아파트는 같은 기간 약 1천630만원(3.2%) 하락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평균 매매가격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당 매매가격에서도 고가와 저가 아파트 간의 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8월 서울 상위 20% 아파트의 ㎡당 매매가격은 평균 약 2천696만원인 반면, 하위 20%는 평균 약 761만원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서울 아파트의 ㎡당 매매가격 5분위 배율 역시 3.54로,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16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격차는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전국 단위에서도 심화되고 있다. 8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은 10.67로, 이 역시 2008년 12월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수도권에서는 상위 20%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약 16억7천만원, 하위 20%는 약 2억3천만원으로 5분위 배율이 7.15에 달하며, 수도권에서도 격차가 큰 폭으로 벌어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심화된 소득 양극화,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 간의 경제적 격차 심화, 그리고 소위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그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최근 아파트 매매시장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인기 지역과 단지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특정 지역과 단지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보인 지난 3월 넷째 주 이후 8월 셋째 주까지 약 5개월간 성동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7.02% 상승했으며, 서초구(5.49%), 송파구(5.32%), 마포구(4.59%), 용산구(4.33%)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도봉구(0.39%), 노원구(0.98%) 등 외곽지역의 상승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지역별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더욱이, KB국민은행이 전국 주요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위 50개 단지의 아파트 가격 지표인 '선도아파트 50지수'는 8월에 2.46% 상승해 전국 평균 상승률(0.12%)을 크게 상회했다. 이는 인기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큰 폭으로 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러한 가격 격차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가 저소득층과 중저가 아파트 구매 희망자들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자금력이 부족한 서민들이 중저가 아파트에 접근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고가 아파트와의 가격 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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