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자살 예방을 위한 작은 실천

이정진 사회복지법인 대구생명의전화 이사(법무법인 세영 변호사)

이정진 사회복지법인 대구생명의전화 이사
이정진 사회복지법인 대구생명의전화 이사

2022년 대한민국의 자살 사망자 수(자살률)는 1만2천906명(10만 명당 25.2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35.4명, 2시간마다 3명이 삶을 마감한 셈이다. 성별 자살률은 남성(35.3명)이 여성(15.1명)보다 2.3배 높다. 특히 청소년 자살률의 경우 대한민국은 10만 명당 7.2명일 정도로 매우 높다.

자살의 원인으로는 정신질환이 대표적으로 주요우울장애로 진단된 환자의 2~15%가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회경제적 요인으로는 이혼율, 소득 양극화, 실업률 등 사회적 지표와 관계가 있고, 문화적 측면으로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등이 있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통상 자식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자살을 선택하는 노인도 많다. 주관적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도 자살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자살은 본인의 생명을 일시에 끊는 것으로 살아갈 기회 자체가 날아가는 것이기도 하고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에게도 심각한 내상을 입힌다. 자살은 본인뿐 아니라 누구나 행복을 잃게 되는 부(-)의 효과만 발생할 뿐이다.

이러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막상 자살을 결의하는 본인의 의지에 맡겨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주요우울장애 환자의 경우 이미 뇌 속에서 끊임없이 자살 충동의 신호를 보내 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스스로 인내하고 참아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으로 해결하는 것은 난망이다. 자살 예방은 자살을 유발하는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가장 큰 효과가 있음은 자명하다. 하지만 자살 원인으로 정신질환의 치료, 사회 제도의 개선이나 문화적 요인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우리가 손쉽게 공동체 의식의 실천으로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가족, 이웃,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자살의 징후가 있는 자살을 결의하고 있는 사람에게 건네는 작은 대화, 작은 손길은 자살 의지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 안에서 정신적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자에 대한 작은 관심은 마치 양쯔강에서 일어난 나비의 날갯짓이 태평양을 건너 거대한 태풍이 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자. 누군가 표가 나지 않더라도 우울한 사람은 잠깐이라도 위로해 주자. 스스로 "죽고 싶어"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하거나 유서 작성이나 물건 나눔 같은 주변 일들을 정리하는 행동을 하거나 활발했던 사람이 혼자만 지내거나 기분 변화가 크고 슬픔, 무감동이 심해지거나 자해행위를 하는 증상과 같이 자살의 전조 증상이 보인다면 조금 더 따뜻한 관심을 가져 주자. 안부를 물어보고 건강을 물어보자.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자. 이 작은 행동이 누군가 결심한 자살의 의지를 약화시키고 더 나아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9월 7일 저녁 대구스타디움에서 '생명사랑 밤길걷기 캠페인'이 개최된다. 걷기 거리는 청소년 자살률을 의미하는 7.2㎞이다. 생명사랑 밤길걷기 캠페인은 자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밤에 참가자들이 다 함께 걷기 행사를 개최해 생명 존중, 자살 예방 정신을 고취하는 행사다. 캠페인에서 내딛는 나의 작은 발걸음은 나와 가족, 친구 등 언제 어디서 찾아올지 모르는 자살의 어두운 기운을 몰아내는 빛이 될 수 있다. 생명 존중은 우리 가족, 친구,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과 사랑의 실천에서 시작하지만 우리 공동체 내면의 깊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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