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꼴찌의 반란' 경북 영주 풍기중학교 축구부 전국 대회 1등 석권 이유는

2018년 재직한 강분이 교장 존폐위기에 몰린 축구부 살려내
남학생 절반이 축구 선수 62명중 32명

창단 42년만에 전국대회 첫 왕좌에 오른 풍기중학교 축구부 선수들이 시상 무대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풍기중 제공
창단 42년만에 전국대회 첫 왕좌에 오른 풍기중학교 축구부 선수들이 시상 무대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풍기중 제공

경북 최북단 영주시 풍기읍에 자리한 작은 시골학교 풍기중학교가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축구 축자도 제대로 내세우지 못했던 이 학교 축구부가 올해 전국대회에 출전, 최고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영주 풍기중학교는 지난 21일 충북 제천시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주관 추계 중등 U15 축구대회 결승전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오던 과천 문원중을 연장 접전 끝에 승부차기로 9대 8로 꺽고 창단 42년만에 첫 전국 대회 왕좌를 차지하며 반전드라마를 썼다.

이 학교는 남학생 62명, 여학생 53명 등 총 115명이 전교생인 작은 산골학교다. 이 학교 남학생 62명 가운데 축구 선수는 절반인 32명에 달한다.

이런 소규모 산골학교 축구부가 전국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2018년 이 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강분이(당시 58·여) 씨가 있다. 강 교장은 존폐위기에 몰린 축구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백방으로 팔을 걷고 나섰고 주변의 도움을 이끌어 냈다.

그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인성을 중시했고 지도자의 언어폭력과 괴롭힘이 없는 학교로 만들었다.

당시 강 교장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축구부가 존폐 위기를 맞고 있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 것 같다"면서 "풍기지역은 옛날부터 축구에 대한 정서가 좋고 긍정적인 면도 많아 조금만 힘을 보태면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작정 시작했다"고 말했다.

각종 축구대회에서 예선 탈락을 거듭한 풍기중은 올 들어 각종 대회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축구 명문을 향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몇 골 먹었냐!"가 유행어처럼 돼 있던 이 학교에 최근 "몇 골 넣었냐!"라는 유행어가 나돌고 있다.

이런 성과 뒤에는 교직원들의 학교에 대한 무한 사랑뿐만 아니라 전철건 영주시축구협회장의 후배사랑, 전임코치와 선수들의 희생정신, 학부모와 동창회의 적극적인 지원 등이 뒷 받침 됐다.

전철건 영주시축구협회장은 "한 사람의 지도자가 이렇게 중요한 결과를 가져올 지 몰랐다"며 "강 교장의 희생정신과 노력이 존폐위기를 맞은 풍기중 축구부를 살려냈다"고 했다.

1948년 개교한 풍기중은 남학생의 절반이 축구선수에 달할 정도로 축구사랑이 뜨거운 학교다. 이 학교의 비전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가 행복한 교육이다.

박찬준 풍기중학교 체육부장은 "소규모 산골학교 축부구가 이 같은 성적을 낸 것은 반란이나 마찮가지다"며 "앞으로 공부하고 운동도 잘하는 선수들이 되도록 휼륭하게 키우겠다"고 말했다.

박재진 교장은 "학생들을 내 자식처럼 키워나가겠다"며 "기본기가 충실한 학교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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