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방의회 의원들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역 민의를 대변하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펼치겠다는 다짐은 온 데 간 데 없어진 모양새다. 제 9대 기초의회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
◆각종 비위·일탈에 수사기관·법정 들락날락
대구 중구의회는 구의원들은 지난해 잇따른 '불법 수의계약' 논란에 휩싸였다. 권경숙 중구의회 의원은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자신과 30대 아들이 운영하는 두 업체를 통해 중구청 기획조정실 등과 인쇄·홍보물 제작 등에 관한 17건의 수의계약을 체결해 1천만원가량 수익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같은 중구의회 소속 배태숙 의장 역시 차명으로 유령회사를 설립해 중구청 등과 수의계약을 체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22년 7월부터 12월까지 아들이 대표로 있는 회사를 이용해 중구청과 모두 9건(1천800만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경찰은 배 의장의 아들과 유령회사 직원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2022년 임기를 시작한 9대 대구 기초의회 난맥상은 이 뿐만이 아니다. 다른 기초의회에서도 구의원들의 온갖 일탈 행위가 알려지면서 끊임없이 뭇매를 맞았다.
김효린 중구의회 부의장은 중구청의 '공예·주얼리산업의콜라보 지원 사업' 보조금을 받았다가 자격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뒤늦게 환수 처분을 받기도 했으며, 가짜 상품을 판매한 혐의(상표법 위반)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황혜진 수성구의회 의원이 의회 내방객에게만 제공할 수 있는 기념품을 관변단체에 전달한 혐의로 벌금 70만원형을 받는가 하면, 지난 23일 달서구의회에선 해외연수 간 동료 의원이 만취했다는 내부 폭로가 나오자 '명예훼손' 관련 윤리위원회가 열렸다. 동구의회에선 한동기 구의원이 최근 '일신상의 사유'라며 돌연 사퇴했다.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곳으로 주소지를 옮겨 의원직을 박탈 당하는 황당한 사건도 벌어졌다. 이경숙 전 중구의회 의원은 지난해 2월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남구 봉덕동으로 전입 신고했고, 같은 4월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직을 상실했다.
지난해 11월엔 배광호 수성구의회 의원이 경북으로 주소지를 이전한 사실이 드러나 의원직을 잃었다. 배 구의원은 지난 2022년 9월 주소지를 경북 경산시로 변경했다가 같은 해 11월 다시 수성구로 전입 신고했다.
◆갈등·편가르기로 내홍… 유권자 실망감 키워
의원들 간 갈등과 '편 가르기'도 원활한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부 구의원들은 동료에게 욕설을 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차현민 수성구의회 의원은 동료 의원을 향해 욕설하고 물건을 집어던진 사실이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수성구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차 구의원에 대해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처분을 내렸다.
남구의회는 김기웅 국회의원(국민의힘)이 후반기 남구 의장단 구성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을 배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아직도 양당의 갈등은 봉합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의회가 통상적으로 지출하던 경조사비를 민주당 소속 구의원의 자녀 돌잔치에 지출하지 않기로 해 갈등이 더욱 고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의회도 지난달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면서 대립 구도가 형성됐고, 지금은 양측 의원들 간 사적인 모임이나 교류가 모두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회 안팎에서는 공식 일정이 재개되는 다음 달까지 불화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갈등이 표면화 할 가능성까지 예측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선 이번 9대 기초의회가 '최악'이라는 평가와 함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서구 주민 A(35)씨는 "토론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서로 욕하고 싸우는 거 아닌가 싶다. 초등학생보다도 못한 행태"라며 "지역 주민들보다는 공천 주는 사람한테만 잘 보이면 된다고 생각하니 서로 편가르는 것 아니겠나.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직에서 물러나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구 주민 김모(41)씨 역시 "'구의원 되면 다 해 먹는 것 아니냐'는 안 좋은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이 되니까 그렇게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의원들의 떨어지는 윤리 의식을 지적하며 의회 차원의 자정을 촉구했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이념이나 의견이 달라 발생하는 불가피한 대립이라면 용인되겠지만, 대구 기초의회에서 잇따라 발생한 윤리적 문제는 어디에서도 발생해선 안 되는 일"이라며 "행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시와 통제를 덜 받다보니, 직무의식과 윤리의식도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과 제도는 이미 만들어져 있기에, 의원들이 스스로 더 자정하고 강도높게 처벌받겠다는 취지의 대주민 윤리선언 등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며 "시민들이 참여하는 옴부즈만 제도 등을 활성화해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고 공론화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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