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시·도민 염원인 TK 행정통합을 이렇게 무산시키나

대구경북(TK) 행정통합 추진이 결국 중단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TK 행정통합 논의 무산을 선언했다. 통합 논의는 장기 과제로 돌리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시·군 권한과 청사 문제를 9월 말까지 결론 낼 것을 제안했다. 홍 시장은 이를 거부했고, 행정통합 합의 시한(時限·28일)을 하루 앞두고 전격 중단을 공식화했다.

홍 시장은 경북도의회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성 발언과 통합 여부에 대한 주민투표 실시 요구가 나오자, 통합 논의 중단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막판까지 '동부청사' '시·군 권한' 문제에 대한 이견(異見)을 좁히지 못했다. 시·도는 동부청사 사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대구시는 대구청사는 대구시, 경북청사는 안동시, 동부청사는 포항시에 두고 이를 특별법안에 명기(明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북도는 청사를 대구시와 안동시로 유지하고, 동부청사는 법안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구시는 '행정의 효율성', 경북도는 '자치권 강화'란 명분을 앞세운 것이다. 양측의 이견은 조율 불가능한 난제는 아니었다. 시장과 도지사가 의지를 갖고 정치력을 발휘했다면 풀 수 있는 문제였다. 더욱이 청사의 소재지나 추가 설치 문제가 행정통합이란 대의(大義)의 걸림돌일 수는 없다. 행정통합의 최우선 목표는 수도권 일극 체제 해소와 대구경북 균형발전이다. 대통령과 정부가 통합을 적극 지원키로 약속한 마당에 작은 사안에 집착해 큰 그림을 망치면 안 된다는 여론이 거셌다.

행정통합은 대구경북의 명운(命運)이 걸린 역사적인 과업이다. 홍 시장과 이 지사는 '한반도 제2 도시 도약' '완전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란 비전을 제시했다. 시·도민들은 이에 공감하며 통합을 지지했다. 그러나 홍 시장과 이 지사는 통합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을 풀지 못하고, 시·도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두 광역단체장에게 행정통합에 대한 진정성과 의지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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