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아지 안고 운전하다가 '쾅'…반려동물 안전사고 주의보

외출한 사이 안전사고↑…반려동물 키우는 1인가구 많은 탓
반려동물과 동승 운전…사고 유형도 각양각색
"아기를 키우듯" 반려동물 습성 잘 알고 생활 환경 살펴야

미국 오클라호마 주에서 반려견이 물어뜯던 리튬이온 보조배터리로 인해 주택 화재가 발생했다. 털사 소방국 SNS 영상 캡처
미국 오클라호마 주에서 반려견이 물어뜯던 리튬이온 보조배터리로 인해 주택 화재가 발생했다. 털사 소방국 SNS 영상 캡처

#미국 한 가정집에서 반려견이 물어뜯던 보조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클라호마주 털사 소방국은 지난 4일 지역의 한 가정 내 화재 상황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반려견 2마리와 반려묘 1마리가 등장하는데 그중 한 반려견이 매트리스 위에서 리튬이온전지가 들어간 보조배터리를 이빨로 물어뜯고 있다. 얼마 안 가 보조배터리에 작은 스파크가 튀고, 반려견이 깜짝 놀라 달아난다. 몇 초도 안 지나 배터리는 결국 폭발했다. 이로 인해 매트리스에 불이 붙었고 순식간에 거실 전체로 불이 번졌다.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높은 곳에 올라가길 좋아하는 고양이가 전기 레인지 위에서 '꾹꾹이'를 하다가 전원을 켜 불이 나기도 한다. 지난달 17일 부산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7층 주방에서 불이 나 소방서 추산 5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내고 30여 분 만에 꺼졌다. 당시 오피스텔 내부에 사람이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주민 6명이 연기에 놀라 대피했다. 불은 전기 레인지에서 발생했는데 경찰과 소방 당국은 당시 집안에 홀로 있던 고양이가 발로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스위치로 전원을 켜고 끄는 전기난로도 반려동물만 남아있는 집이라면 위험한 물건이 된다. 지난해 12월 서울 중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 10명이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당시 집 안에 있던 푸들 1마리가 화재 연기를 흡입해 죽은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화재 당시 집안에 푸들만 있었고, 스위치를 눌러야 작동하는 전기난로의 전원이 켜져 있었던 것으로 미뤄 봤을 때 반려견이 난로 전원을 눌러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사고 원인을 추측했다.

지난달 17일 부산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7층 주방에서 불이 나 소방서 추산 5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내고 30여 분 만에 꺼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당시 집안에 홀로 있던 고양이가 발로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달 17일 부산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7층 주방에서 불이 나 소방서 추산 5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내고 30여 분 만에 꺼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당시 집안에 홀로 있던 고양이가 발로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내가 없는 사이에'…큰 불 날 수도

반려동물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에 의한 안전사고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에 의한 화재 사고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인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반려동물로 인한 화재는 약 500건 정도다. 재산 피해액은 14억원 이상으로 추측된다.

화재 유형도 다양하다. 반려동물의 털이나 배설물 등이 전기 콘센트로 유입돼 누전되는 경우와 반려동물이 전선을 물어뜯는 등 전선을 손상시켜 합선이나 단선이 일어나는 경우 등이 있다.

반려동물 중에서도 높은 곳에 올라가기를 좋아하는 고양이가 전기 레인지를 조작해서 화재가 발생하는 일도 잦다. 지난달 17일 부산에서 발생한 사건에 앞서 지난해 서울 금천구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도 전기 레인지 발화로 화재가 났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고양이가 전기 레인지를 작동시켰던 것으로 추측했다.

앞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2021년 발표한 '서울시 연도별 고양이로 인한 전기레인지 화재 현황'을 보면 고양이가 전기레인지를 작동시켜 발생하는 화재는 서울에서만 연평균 3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 전자레인지 화재 중 절반 이상의 화재가 보호자가 부재중일 때 발생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큰 화재로 번지게 되는 이유로 1인, 2인 가구 등 작은 단위 가구가 증가한 것을 꼽는다. 1인이나 2인 가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보호자가 외출하면 집에 홀로 남은 반려동물이 일을 저질러도 수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안고 운전하면 사고 위험이 4.7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방 시야 가림과 집중력 분산, 대처 능력 저하 등의 문제가 더 쉬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반려동물을 안고 운전하면 사고 위험이 4.7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방 시야 가림과 집중력 분산, 대처 능력 저하 등의 문제가 더 쉬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사고 유형도 각양각색

화재처럼 큰 사고로 번지지 않더라도 위험은 생활 영역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서 항상 주의해야 한다. 작고 큰 안전사고의 발단이 될 수 있어서다.

반려동물을 안거나 조수석에 홀로 태운 형태로 운전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반려동물을 안고 운전하면 사고 위험이 4.7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방 시야 가림과 집중력 분산, 대처 능력 저하 등의 문제가 더 쉬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올해 개인택시양수요건 교육에 입과한 669명을 대상으로 주차와 주행, 제동 등 종합운전능력을 평가한 결과 반려동물을 안고 운전할 경우 의도하지 않은 차선 이탈, 시간 내 과제 미수행 등 인지·반응·조작의 어려움을 발생시켜 사고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능주차 코스에서 외부경계선 침범 횟수는 반려동물과 동승한 경우 2.8회로, 그렇지 않는 경우(0.286회)보다 9.7배 많았다. 복합주행 및 제동 코스에서의 외부경계선 침범 횟수도 역시 반려동물 동승할 때(2.4회)가 미동승 때(0.38회)보다 컸다.

고양이.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 게티이미지뱅크

집을 비운 사이, 그야말로 '물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고양이는 고여있는 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을 깨끗한 물로 생각하는 습성이 있다. 높은 곳에도 잘 올라가기 때문에 세면대나 싱크대에 올라가 물을 틀고 마시는 것.

2살이 채 안 된 반려묘를 키우고 있는 20대 A씨는 "반려묘 호박이가 집을 비운 사이 세면대 물을 틀어 물을 마셔 놓고 다시 잠그지 않아 수도세 폭탄을 맞은 적이 있다"며 "흐르는 물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습성을 알게 돼서 고양이용 정수기를 새로 장만했다"고 전했다.

이것 말고도 문이 열려 있는 드럼세탁기와 건조기에 들어간 것을 모르고 집에 돌아온 보호자가 세탁기나 건조기를 가동시키는 경우도 있다. 뒤늦게 고양이를 발견해 응급실로 달려오는 보호자들이 종종 생긴다.

전선이나 전기 코드, 보조배터리 등은 보이지 않게 숨기거나 높은 곳에 올려 바닥에 두지 않아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전선이나 전기 코드, 보조배터리 등은 보이지 않게 숨기거나 높은 곳에 올려 바닥에 두지 않아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 시선으로 집 살펴야

반려동물과 안전하게 함께 살기 위해서는 집 안 환경을 재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언제, 어디서, 어떤 물건 대문에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반려묘는 높은 곳에 올라가는 등 활동 반경이 다양해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쉽다.

이제 막 기어다니기 시작하고 주변 물건이 뭐든지 주워서 입에 넣는 아기를 위해 위험한 물건을 치우는 것처럼 반려동물의 습성을 공부하고, 반려동물의 시선으로 집안 내부를 살펴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전선이나 전기 코드, 보조배터리 등은 보이지 않게 숨기거나 높은 곳에 올려 바닥에 두지 않아야 한다. 전원 코드를 아예 뽑아 놓고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반려동물이 전선이나 보조배터리 등 이빨로 물어뜯다가 감전되거나 화상을 당할 수도 있어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큰 불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전자제품 주변에 불에 타기 쉬운 물건을 두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전기 레인지의 경우 전기 레인지 외부를 덮는 덮개를 따로 설치해 반려동물이 전원 버튼을 밟아 누르는 일이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입에 넣기 좋은 크기인 데다 앞발로 이리저리 굴리며 놀 수 있는 물건은 반드시 미리 치워야 한다. 특히 고양이 혀에는 가시처럼 생긴 돌기가 나 있는데, 이 돌기의 저항력 때문에 한 번 입안에 넣은 것은 잘 뱉지 못하고 그냥 삼키기가 쉽다. 그럴 경우 장폐색, 장천공 등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반려동물과 동반해 운전을 해야 한다면 이동형 케이지나 전용 안전벨트 등을 이용하길 권고한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용 바닥 카시트를 사용하거나, 반려동물을 운전자와 분리해야 교통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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