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초록 귀를 달고/ 빗방울에 흔들리는 초록은 가장자리만 감싸 안긴 먼 훗날입니다/ 빗방울들 후두두둑 뛰어내리면 초록 잎들 밑에 숨어있던 소리의 입술들이 왁자지껄하지요 새들이 초록 귀를 달고 나뭇가지에 하나 둘 내려앉습니다'
황명희 시인이 첫 시집 '새들이 초록 귀를 달고'를 펴냈다. 경북 울진의 산골마을 상소태(온정면 소태리)에서 나고 자란 그는 2020년 진주가을문예로 등단했으며, 현재 시 전문 계간 문예지 '시와반시' 편집장을 맡고 있다. 2024년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문학작품 발간사업에 선정됐다.
시집은 총 53편의 시를 담고 있으며, 3부로 구성됐다. 1부 '등 굽은 빵냄새'는 시인의 거주지인 대구 수성구 황금동 골목의 동네 가게들을 중심으로 한 일상을 다룬 시편들을 모았다.
2부 '폭낭의 아이들'은 제주 4·3항쟁을 소재로 한 시편들을, 3부 '첨부파일'은 개인과 사회의 접점에서 숙성된 역사의 주름을 노래한 시편들로 채워졌다.
강현국 시인은 그의 시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황명희의 시를 읽으면서 나는 기형도를 떠올렸다. 황명희의 서사가 새겨진 '그 강의 연어 떼'에 기형도의 서사가 투사된 '황혼의 새들'이 얼비치기 때문이다. '새들의 초록 귀'는 아마도, '입속의 검은 잎'을 살색(殺色)한 오래된 미래의 풍경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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