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변화를 리드하는 강의

김미옥 수필가(대구보건대 교수)

김미옥 수필가
김미옥 수필가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건 내 전부를 나누는 일이다. 조금 앞서 얻은 지식을 여러 사람에게 전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궁금한 내용을 터득하고 더 앞으로 나아갈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가치 있는 일이라 여긴다. 단지 애석한 것은 지식 전달 만을 생각할 때, 굳이 사람이 아닌 기계의 힘을 빌려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팬데믹 시대 이후 온라인 강의는 다양한 활동과 강연에 이용되고 있다. 비대면 활동과 온라인 교육만이 요구됐던 시기에는 지난 나의 교육방식을 철저하게 되돌아보는 기회였다. 학생들과 마주했던 강의실을 그리워하며 교수와 학생 간 상호 대면 교육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어떤 점을 강조해서 학업의 흥미를 이끌어야 할 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

지금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대안을 고심한다. 앞선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교수법을 적용해서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대면 수업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접목해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강의 주제를 중심으로 강연자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더하고 있다. 머리로만 생각하고 전달하는 지식이 아니라 학생들의 감각을 살리면서 흥미와 호기심을 이끌고자 한다. 교과목에 신기술을 접목해서 상호 대화하며 문제해결을 위한 산업체와 대학, 그리고 지역사회를 연계한 프로그램 활동도 활발하다.

의외로 강연에 대한 여러 고민을 글쓰기에서 찾기도 한다. 글이란 게 고심해서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며 완성하더라도 여전히 못마땅하다. 글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문자를 수정하고 삭제하면서 계속 보완해 가지만, 말은 뱉으면 돌릴 수 없기에 강의에서는 더 신중하게 내용을 전달할 필요성을 느낀다. 나는 비교적 글을 쓰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무엇을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전개할지 생각하고 또 고민한다. 대략 주제의 윤곽이 잡히면 펜을 잡는다. 형편없는 초고라도 일단 쓰면 내게 중요한 씨앗이 된다. 그때부터 보듬어 갈고 닦으면서 길고 긴 퇴고의 시간을 펼친다. 짬을 내 공백 시간에 글을 다듬고 완성하는 마음은 희열에 가깝다. 이 방법을 강의 준비에 적용하기로 했다.

먼저 교육대상자가 누구인지, 무엇을 들으러 왔는지, 그리고 이들이 강연을 듣는 최종 목적은 무엇인지를 순서대로 머릿속에서 떠올리며 강의 흐름대로 윤곽을 잡는다. 전달력이 뛰어난 핵심 사진이나 영상 자료를 넣어 강의 촉매 역할을 하게도 한다. 관련 기사나 사례 중심 내용을 덧붙이면 학생들의 이해를 높이는 데는 훨씬 수월할 것이다. 강의는 대상자나 목표에 따라 접근 방식도 달라지기에 20여 년을 넘게 학생을 가르치고 있지만 나에게 강의는 여전히 긴장과 설렘을 준다. 학생은 매년 매 학기 그 성향이 다르고 호응 방식도 독특하다. 관심 정도 역시 제각각이어서 어떨 때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허나 강의를 좋아하는 내 마음이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길 바라는 심정으로 기계가 아닌 나만의 감각으로 소통하는 강의를 시도하고 이끌고자 한다.

교육에 끝이 어디 있겠는가. 그저 시대에 맞게 계획하고 도전하고 변화하며 그들의 특성에 맞춰 나간다. 오늘도 나는 가능성을 믿고 변화를 리드할 뿐, 청춘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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