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의 한 중학교에서 '텔레그램 딥페이크' 피해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는 구체적인 주장이 확인됐다. 경찰이 부실한 초동수사 후 사건 종결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교육청 역시 단순 '학교폭력'으로 문제를 바라보면서 2차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고 일주일 만에 가해자 휴대폰 제출 요구
28일 대구경찰청, 대구교육청 등에 따르면 서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A군은 지난달 30일 텔레그램의 한 단체대화방에 지인들을 능욕해달라는 취지로 같은 학교 B양 등 학생 2명과 교사 C씨, 다른 학교 학생 2명 등 5명의 사진을 게시했다.
이들 5명의 사진을 '딥페이크'로 가공한 음란물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해당 대화방에서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음란물이 다수 확인됐다는 게 C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B양 등 피해자 5명은 닷새쯤 뒤 지인들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됐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오히려 피해 학생 4명에게 '수사 종결'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대화방에 원본사진을 올린 것만으로는 사건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 피해자들에 따르면 경찰은 이들에게 "2차 피해 등 추가 피해가 발생하면 그때 다시 신고를 해라.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경찰에 '종결을 원한다'는 문자를 보내라"고 했다.
학생들과 같은 피해를 입은 교사 C씨는 "처음 신고를 하고 나는 이미 조사를 마친 상황이었는데 경찰이 전화가 와서 '학생 4명은 모두 신고를 취소했다'고 했다. 이후 이 내용을 '안전신문고'에 올리니 그제야 다시 전화가 와서 수사를 이어간다고 하더라"며 "처음 신고를 할 때도 경찰서 1층 카페에서 관련 수사를 하는 등 피해자 보호가 전혀 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자들의 항의 끝에 수사는 이어지고 있지만 경찰은 핵심 증거인 가해 학생의 휴대폰도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신고가 접수된 이후 약 1주 만에 가해 학생에게 휴대폰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가해 학생은 "휴대폰이 부서져서 갖고 있지 않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딥페이크' 대화방 아니라는 교육청·학교
학교와 시교육청의 대응 역시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해 학생은 '분리조치'를 위해 이달 16일 개학 이후 일주일 간 상담실에 머무는 형태로 분리조치가 이뤄졌으나, 이달 23일부터 25일까지 정상 등교를 했다. 이후 '딥페이크' 논란이 커진 지난 26일부터야 오전 등교 직후 '부모동행체험학습'으로 다시 일정부분 분리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B양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학교에 분리조치를 신청했지만 현행법상 7일밖에 되지 않아 그 뒤로 가해학생과 마주칠 때마다 고통스러웠다"며 "선생님이 가해 학생의 사과 편지를 건네주셨지만 모든 피해자들에게 같은 내용으로 사과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라도 내 사진이 온라인상에 떠돌아다녀 2차 피해가 생길까 봐 여전히 두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C씨는 "경찰에 여러번 '디지털 포렌식을 빨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피의자가 미성년자라는 핑계를 대면서 조치가 늦었다"고 주장했다. B양 어머니도 "처음에 경찰이 '수사 종결'을 하라고 해서 화가 났다. 지금도 이 사건 공론화로 자칫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사건을 맡은 대구 서부경찰서는 현재 가해 학생을 모욕죄,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 적용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종결하려고 한 적은 없고 수사관과 학생 간 오해가 생겼다. 또 휴대폰 확보를 시도하려면 통상적으로 일주일 정도가 걸린다"며 종결시도 및 늑장대응을 모두 부인했다.
학교 측은 "가해 학생이 무단으로 단체대화방에 사진을 올린 것일 뿐, 논란이 되고 있는 '딥페이크'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해 학생이 호기심으로 단체대화방에 사진을 올렸고, 이후 곧바로 지운 것으로 알고 있다. 사건 이후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과 만난 적도 없다"고 피해자 주장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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