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모래알 같은 대구경북

이화섭 사회부 기자
이화섭 사회부 기자

"우리가 남이가."

영남 지역 사람들이 의리 있고 끈끈하다는 사실을 말하는 게 앞서 말한 저 문장이다. 특히 여의도에서 많이 울려 퍼진다고 알려져 있는 저 문장을 요즘 접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꾸한다. "웃기고 있네."

표현이 과하다고 생각하는가? 이번 대구경북 행정통합 문제를 두고도 서로 의견 양보를 못 해서 지지고 볶다가 파토가 나지 않았던가. 대구 북구 산격동과 중구 동인동, 경북 안동시 풍천면에 있는 시·도 공무원, 시·도의회 의원, 그리고 대구시와 경북도의 수장들은 마음속으로는 분명히 이렇게 외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남이가? 웃기고 있네."

요즘 들어 대구경북 사람들이 점점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있다는 느낌, 지울 수 없다. 이미 파토 난 대구경북 행정 통합만 문제가 아니다. 최근 대구의 치과의사들을 만나면 이들이 가진 초미의 관심사는 바로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다. 이 과정에서도 치과의사들은 대구경북이 완전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다고 한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은 대구의 치과의사들이 10여 년 전부터 설립과 유치를 주장해 왔다. 경북대 치대가 비수도권에서 최초로 생긴 치대라 비수도권에서는 최고의 역사와 실력을 자랑하고 있고, 대구 치과 산업 제조업체와 종사자 수는 서울, 경기에 이어 전국 3위이며 치과용 핸드피스의 경우는 전국 생산의 96%, 수출의 98%를 차지한다는 소식은 매일신문 인터넷 홈페이지만 검색해 봐도 마르고 닳도록 보도한 내용임을 알 수 있다. 대구의 치과의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치의학과 산업을 연결시켜 새로운 대구의 신성장 산업으로 만들 수 있는 구심점으로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지금 대구의 치과의사들은 유치전에서 자신감보다 걱정이 더 앞선다고 토로하고 있다. 치의학연구원 유치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경쟁 도시는 천안이다. 천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충남 지역에 치의학연구원 설립을 공약 사항으로 약속했다"며 "치의학연구원은 정부가 천안에 유치를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 당적의 김태흠 충남도지사, 박상돈 천안시장과 천안을 지역구로 둔 문진석, 이재관,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당적을 가리지 않고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대구는 국민의힘 당적의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대식 대구 동구·군위군을 국회의원이 치의학연구원 유치를 두고 만났다는 이야기조차 들은 적이 없다. 대구의 치과의사들 또한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치의학연구원 유치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여의도를 오가며 읍소, 호소를 해 왔지만 들은 척은 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겨진 건 없더라고 속상해한다.

대구시나 지역 국회의원 모두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적이니 자연스럽게 '대구에 뭐 하나 주겠지'라는 생각에 감나무 밑에서 입이나 벌리고 있자는 마음은 아닌가 심히 의심스럽다. 입 벌리고 앉아 있으면 턱관절이나 뻐근해지지 감나무를 발로 차거나 흔들지 않는 다음에야 이파리 한 장 안 떨어진다. 턱관절이 뻐근하면 결국 치과 구강내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들은 그렇게 입 벌리고 있다가 턱관절이 안 닫혀 대구의 치과를 찾게 되면 부끄러운 줄 아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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