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도마뱀은 파충류 도롱뇽은 양서류

왠지 이상한 동물도감
누마가사 와타리 지음 / 미래엔 펴냄

영화평론가 백정우
'왠지 이상한 동물도감' 책 표지.
영화평론가 백정우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는 늘 십여 권의 책이 담겨 있다. 1년이 넘도록 간택 받지 못하는 책도 있지만, 대개는 두세 달 안에 서가에 꽂힌다. 반면 구매리스트로 체크했다가 풀기를 거듭하는 책도 있는데 이 책이 그랬다.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누마가사 와타리가 쓴 '왠지 이상한 동물도감'. 인터넷에서 보자마자 "와! 재밌겠는 걸?"하며 주저 없이 장바구니에 넣은 책이었다. 그러나 책이 내손에 들어오기까지 꼬박 1년이 넘게 걸렸다.

책 표지에 '충격주의'라고 적혀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 불길한 예감은 왜 늘 들어맞을까. 표지를 열면 온통 시뻘건 속지가 나오고, 이어지는 1편은 하늘을 나는 동물들이다. 누가 봐도 조류 편의 첫 번째 타자는 때까치. 영리하고 힘이 좋아 작은 동물이나 벌레를 나뭇가지에 꼬치로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녀석이란다.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 아무리 귀여워도 징그러운 상상력이 꿈틀댄다. 와우, 시작부터 이 지경이다.

고개를 270도까지 돌릴 수 있는 가면올빼미는 먹이 양보 습성의 현명함 때문에 숲의 현자라는 별명이 생겼다고. 외에도 유일하게 날지 못하는 올빼미앵무 카카포는 멸종 위기 동물이지만, 가장 장수하는 새라는 아이러니가 재밌다. 의태 즉 몸의 색깔과 질감을 주위 환경과 똑같이 바꾸는 가장 똑똑한 무척추 동물 문어. 문어는 5억 개의 신경세포로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지능이 있는 다리를 가진 동물이라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려준다. 놀라운 건 천적에게 먹히지 않는 한 이론상 영원히 살 수 있는 작은보호탑해파리이다. 나비가 애벌레로 돌아가는 것과 다름없는 작은보호탑해파리의 놀라운 청춘회복 시스템에 숨겨진 비밀을 인류가 밝혀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표지의 주인공인 알을 낳는 유일한 포유류 오리너구리는 젖꼭지가 없고 전기로 위치를 추적하는 신기한 동물로, 비버의 몸과 오리 부리를 가져 '창조론자의 악몽'이라고 별명 붙었다는데. 내가 오리너구리를 본 적이 있던가. 없다. 우리 주변의 동물 중에서 단연 이상하고 맛있는 칠면조. 크리스마스에 칠면조를 먹는 이유는 칠면조가 단성생식을 하기에 성모 마리아가 예수를 낳은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라는데, 해설 옆에서 아기 예수가 "똑같이 취급하지 마!"라고 손사래 치는 그림은 기발했다. 심지어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칠면조에게 감사하며 칠면조 대신 크리스마스 치킨을 먹기로 하자!"고 능청 떤다.

특히 작가는 박새에게 문법을 다루는 능력이 있다는 연구결과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는데 "침팬지 같은 영장류에게서도 문장을 만드는 능력은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박새의 언어가 가진 비밀을 밝혀내는 일은" 인간의 언어를 다루는 진화 과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왠지 이상한 동물도감'에 수록된 대상은 동물의 왕국이나 신비한 동물의 세계 유의 프로그램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존재감 희미한 종들이지만, 인간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서식해온 동물들이다. 친근하지 않은 동물을 알리려는 작가의 노력이 동물 하나당 2쪽의 펼친그림 속에 알알이 담겼다. 빈틈없이 들어찬 텍스트에도 가독성이 좋은 건 세심한 폰트 선택과 이미지 배열의 결과로 보인다.

도마뱀붙이는 파충류이고 도롱뇽은 양서류라는 사실도, 너구리와 미국너구리(라쿤)는 완전히 다른 종의 동물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왠지 이상할 줄 알았는데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아주 재밌는 동물도감 한편을 해치웠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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