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전세 대체할 20년 장기임대주택, 세심한 정책 설계 필요하다

정부가 '20년 장기임대주택' 도입 방안을 내놓았다. 태생적으로 사기 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전세 제도를 대체(代替)하기 위해서다. 기업 참여가 관건인데, 이를 위해 임대료 규제를 없앴다. 국토교통부가 '서민·중산층과 미래 세대의 주거 안정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통해 내놓은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은 부동산투자회사 등 법인이 단지별 100가구 이상 대규모 임대주택을 20년 이상 의무(義務) 임대하는 형태다. 세입자가 바뀌면 시세대로 임대료를 올릴 수 있고, 주거비 물가상승률보다 임대료를 더 높여도 된다. 기존 10년짜리 장기임대주택 등에 적용된 제한을 푼 것이다. 법인세, 양도세 등의 세제 혜택과 법인 임대 사업자 사이의 주택 거래 규제도 없애 준다.

기업을 유인(誘引)하려는 여러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건설사 반응은 회의적이다. 20년간 자금이 묶이는 데다, 임대료 수입만으로 땅값과 건설비 보전이 어려워서다. 20년 임대 후엔 집이 낡아 분양 전환이나 통매각도 쉽지 않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임대 정책과 지원 혜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리스크다.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우선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여야 합의로 전세사기특별법이 제정됐는데 임대 시장에 기업 진출을 허용하는 법 개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봐야 한다. 수익을 추구(追求)하는 기업들이 임대 시장에 뛰어들면서 임대료만 끌어올릴 수 있다는 비판도 우려된다. 터무니없이 높은 임대료는 소비자들이 선택하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지만 임대 시장의 빈부격차를 키울 수도 있다. 전세 대체 정책이라면 의도에 맞게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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