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이정섭 검사 탄핵소추(彈劾訴追)안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전원 일치 기각(棄却) 결정을 내렸다. 예상됐고, 당연한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검사의 향응 접대와 수사 무마 의혹 등의 비위를 탄핵 사유로 내걸었지만 숨은 목적이 '이재명 방탄'을 위한 검사 겁박(劫迫)과 보복임은 누가 봐도 분명했다.
헌재 결정 전부터 법조계의 지배적 의견은 무리한 탄핵이라는 것이었다. 탄핵은 '공무원이 그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로 한다'는 헌법 규정과 '헌법과 법률의 위반 정도가 명백하고 중대해야 한다'는 탄핵 심판 판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헌재 재판관 3명이 탄핵안을 기각하면서 "위법 행위가 있었지만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는 아니다"고 한 것은 이를 확인해 줬다.
이런 헌법 규정과 헌재 탄핵 심판 판례는 일반인들도 잘 안다. 민주당 내 많은 율사(律士) 출신 의원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뒷구멍으로 율사가 되지 않았다면 이들도 이 검사 탄핵이 말이 안 되는 것이고 인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음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탄핵을 강행한 것은 일단 가결되면 헌재 결정 때까지 검사의 업무가 정지돼 수사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수사를 넘겨받은 검사를 겁박할 수 있음을 노렸기 때문일 것이다. 탄핵을 자당 대표를 위한 '방탄'이란 불순하기 짝이 없는 목적에 악용한 것이다.
민주당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아니 그렇다고 실토했다. 지난달 강백신 검사 등 4명의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후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조작과 협박으로 이재명 대표님과 가족, 그리고 동지들을 괴롭힌 무도한 정치 검사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했다. 탄핵 사유가 '이재명 등을 괴롭힌 죄'라는 것이다. 탄핵소추안의 증거와 자료는 사실상 언론 보도 4건이 전부였다. 이렇게 막무가내이니 민주당의 이 검사 탄핵안 역시 허술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민주당 등 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은 22대 국회 들어서만 7건이다. 초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발의된 탄핵소추안은 33건이었다. 21대 국회에서만 13건이었다. '탄핵 중독' '습관성 탄핵'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범야권의 탄핵 중독은 심각하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 대표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들과 함께 탄핵연대 의원 모임부터 만들어 탄핵이 실제로 될 수 있게 동참하는 국회의원 수를 늘리겠다"고 했다. 탄핵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정치적 목표가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헌재의 이번 판결의 의미는 매우 크다. 야권의 마구잡이 탄핵에 제동을 거는 선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회를 통과한 나머지 탄핵안에 대한 헌재 심판도 민주당의 노림수를 무산시키는 결정이 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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