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들이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 성장 둔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세입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며, 일부 지방에서는 "솥을 부수고 돈을 마련하자"는 극단적인 구호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방 재정 건전성 회복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중국의 일반 공공예산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반면, 지출은 2.5% 증가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재정 적자는 약 1조9,800억 위안(약 37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1개 성급 지방정부 중 상하이만이 유일하게 456억2천만 위안(약 8조5천억 원)의 재정 흑자를 기록했으며, 나머지 30개 지방정부는 모두 지출이 수입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입과 지출의 격차가 1천억 위안(약 18조8천억 원)을 넘는 성급 지방정부는 25곳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2천억 위안(약 37조6천억 원)을 넘는 곳도 11곳에 달했다. 그 중에서도 남부 쓰촨성의 적자가 가장 심각하여 상반기 3천873억4천만 위안(약 72조9천억 원)의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후난성과 후베이성이 각각 2천708억9천만 위안과 2천595억6천만 위안의 적자를 보이며 뒤를 이었다.
지방정부의 재정난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국유 토지 사용권 판매 수입 감소와도 직결된다. 개혁·개방 이후 지방정부는 국유 토지 사용권을 판매해 재정을 충당해왔으나,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로 인해 이러한 수입도 줄어든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지방 국유 토지 사용권 판매 수입은 1조5천300억 위안(약 287조9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3% 감소했으며, 2021년과 비교하면 무려 55.7% 줄어든 수치다.
수입이 감소하는 반면 지출은 여전히 늘어나고 있어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상반기 지방정부의 공공예산 지출은 11조8천억 위안(약 2천220조 원)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했다. 특히 재정 상황이 어려운 톈진의 경우 지출 증가율이 16.2%에 달했고, 시짱(티베트) 자치구도 지출을 13.6% 늘렸다.
지방정부들은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 지출 감축, 공무원 급여 삭감, 사업 편제 간소화 등의 조치를 내놓으며 긴축 재정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부 충칭, 서부 간쑤성, 북부 네이멍구자치구 등 일부 지방에서는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자산을 유동화하자는 의미로 '솥을 부수고 철을 팔자'는 구호까지 등장했다. 이는 1950년대 대약진운동 시기 국가 철강 생산을 위해 중국 가정이 동원돼 냄비를 녹였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공산당은 최근 열린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지방정부의 재정난 해소를 위해 세수 및 재정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안이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위훙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은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방안이 방향성을 제시했으나, 실제로 지방에 얼마나 많은 세수와 재정 권한이 이양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표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세금이 도입되지 않는다면 지방의 몫이 늘어나는 만큼 중앙의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중앙과 지방 간의 재정 조정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위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둔화하는 가운데 중앙 재정 수입 증가율도 감소하고 있어, 중앙정부 역시 재정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세제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방 재정난 해소는 요원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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