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재건과 발전에 있어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큰 업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초대 농림부 장관과 국회 부의장을 지낸 죽산 조봉암이다. 그는 농지개혁법을 입안하여 시행되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쌀과 보리 등의 곡식 일부 중 잉여 생산량을 정부에서 매입하는 양곡매입법의 제정을 추진하였고 국민의료보장제도를 주장하였으며 농업협동조합 추진 운동을 시작하였다.
그는 스무 살의 나이로 3·1운동에 참여하였다가 체포되어 1년간 옥고를 치렀고 1919년 상해임시정부에서 경무국 소속으로 활동하였다. 1924년 박헌영, 김단야 등과 조선공산당 창당을 주도하였고 항일운동을 벌이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신의주 감옥에서 7년간 복역하기도 하였다. 그가 공산주의에 몸담게 된 것은 우리 민족이 독립하더라도 지주와 양반 등 소수만이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가난하고 비참한 삶을 살았던 대다수 농민들과 서민들도 잘 살 수 있는 독립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피 끓는 염원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해방 후 조선공산당이 민족의 자주독립과 우리 민족이 잘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련의 이익과 정책에 따라 움직이고 비타협적 교조주의 정당으로 변해 가자 공산당을 탈당하고 전향하였다. 1948년 5월 10일 초대 국회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입후보하여 당선되었다.
이승만 대통령에 의하여 초대 농림부 장관에 임명된 조봉암은 농지개혁법을 입안하여 일제강점기 농노에 가까운 소작농 등 질곡에 허덕였던 대다수 농민을 자작농으로 바꾸어 민주주의 기반인 중산층을 형성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1956년에 치러진 제3대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무려 30%의 지지율을 얻어 이승만의 최대 라이벌이 된 조봉암은 출마하기 전인 1954년 3월에 장문의 출사표 '우리의 당면 과업'이라는 제목의 정치 테제를 발표하였다.
이 책에서 그는 대한민국이 북한 공산주의를 이기고 어떻게 한반도의 통일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주적이고 웅장한 제3의 통일 방안을 자신의 정치적 비전으로 제시하였다. 개인의 사익이나 당리당략이 아닌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의 안녕을 고민한 한 사람의 지식인이자 정치 지도자였던 그의 대인(大人)으로서의 고귀한 인품이 느껴지는 책이다.
조봉암은 이 책에서 6·25전쟁을 통하여 북한 공산주의의 반인도적 실상을 처참하게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일치단결하여 이 땅 위에 민주적인 진정한 자주독립국가를 세워야 한다고 피 끓는 마음으로 주장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상호 견제하는 비판의 자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모든 불평과 비판을 받아들여 정리하고 소화시키며 그것을 합리적으로 통솔·귀납시키는 것은 집권자에게 부여된 정치적 권한인 동시에 의무라고 하였다.
그는 대중의 심리 포착, 조직으로서의 정당을 리드하는 능력 등이 탁월하여 정치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 우리의 정치 현실은 어떤가 돌아보게 된다. 국정의 무한책임을 지는 대통령이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의 안녕을 고민하면서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가? 다양한 견해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 견제하는 비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가?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앞뒤 재 보지 않고 불쑥 내지른 '병사 월급 200만원'으로 인하여 초급 장교와 부사관들이 군을 이탈하고 초급 장교의 70%를 차지하는 ROTC 지원율은 해마다 급감하여 군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의대 정원 2천 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없이 불쑥 꺼낸 정책으로 의정 갈등은 6개월째 출구가 보이지 않고 응급실 뺑뺑이로 국민들만 고통을 받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확보한다고 하면서도 지난해 환율을 관리하는 외국환평형기금에서 20조원을 끌어와 세수 구멍을 메웠다. 제2의 외환위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고 자기 진영 안에서도 다른 견해나 비판의 소리가 나오면 내부 총질이니 배신이라느니 하면서 공격한다. 대통령이 야당 탓만 하며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도 않았고 여당 대표와의 의대 정원 유예 발언에 따른 갈등으로 국회의원 연찬회에도 불참하였다. 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이 23%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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