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fracking·이하 프래킹) 찬반 여부가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가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지 중 한 곳으로 프래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많기 때문이다.
프래킹은 암반에 액체를 고압으로 주입해 균열을 일으켜 가스를 분리해 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 탓에 환경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
◆미묘한 차이가 있는 두 후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프래킹 금지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찬성 강도에서는 두 후보가 묘한 대조를 보인다.
기후위기를 부정하고 화석에너지원의 적극적 개발을 주장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줄곧 프래킹 찬성 입장이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반대'에서 '허용'으로 입장을 변경했다.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을 때 프래킹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가 된 이후부터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 보조를 맞췄다.
지난달 29일 진행한 CNN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입장 변화를 시인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내 가치관은 변하지 않았다. (환경에 좋지 않은)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고도 청정에너지 목표를 달성할 방법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30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언젠가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모자'를 쓰게 될 것"이라며 조롱했다. 상황에 따라 자기 입장을 바꾸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만들려는 행보로 읽혔다.
◆프래킹을 놓칠 수 없는 펜실베이니아
펜실베이니아는 7대 경합주 가운데 가장 많은 선거인단(19명)이 걸려 있다. 동시에 미국 내에서 최대 셰일가스 생산지 중 한 곳이다.
FTI 컨설팅이 가스산업계 의뢰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펜실베이니아 토지 소유주 약 20만명이 자기 토지에서 가스정을 운영하게 한 대가로 총 60억달러(약 8조원) 이상의 사용료를 받았다.
또 2022년에 약 12만명이 프래킹과 관련된 일자리를 가졌고, 평균 연봉이 9만7천달러(약 1억3천만원)를 넘었다. 가스산업은 펜실베이니아주와 지역 정부에 총 32억달러(약 4조3천억원)의 세수를 창출했다.
기후위기를 중시하고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일관성 결여' 논란을 감수하며 프래킹 허용 기조로 바뀐 것도 펜실베이니아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오대호 연안 공업지대) 일부인 펜실베이니아주 유권자들이 의지하고 있는 수입원을 차단할 경우 펜실베이니아주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는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승리했으나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이 탈환에 성공했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치열한 경합주로 분류된다.
◆환경,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프래킹
프래킹 찬반 논란에는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수질을 오염시키며 지진 발생 가능성을 키우는 등 주로 환경 및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전통적인 화석에너지원 시추 방식 역시 환경 관련 부담이 존재하지만 프래킹은 그 심각성이 더 큰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소아천식과 백혈병, 림프종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들이 존재한다.
미국 매체 더힐에 따르면 예일대 공중보건 전문가인 니콜 데지엘 부교수는 "프래킹 현장 근처 지역사회가 다양한 질환의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견고한 증거가 있으며, 어린이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증거가 가장 강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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