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 이승만과 박정희를 위하여

이정훈TV 대표

이정훈TV 대표
이정훈TV 대표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인데, 지금 정치는 갈등을 조장하고 난제를 양산한다. 지난 8월에도 그랬다. 반일 괴담, 독도 괴담이 판친 것이다.

유럽을 발전시킨 정치 근대화는 '군주정을 공화정으로 이전한 것'이었다. 군주가 주권을 독점하는 절대군주정을 했던 유럽 국가들은 의회를 인정한 계몽군주정을 거쳐 시민에게 주권을 준 입헌군주정을 하면서 급성장했다.

대한제국은 지금의 헌법과 비슷한 '국제'(國制)를 갖고 있었다. 국제가 있었으니 '입헌군주제의 공화정을 한 것이 아니냐'란 생각을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 대한제국은 절대군주정 국가였다. 이는 국제의 2조와 3조를 보면 자명해진다.

국제 2조는 '大韓帝國의 政治ᄂᆞᆫ 由前則 五百年 傳來ᄒᆞ시고 由後則 亘萬世 不變ᄒᆞ오실 專制政治이니라', 3조는 '大韓國 大皇帝게ᄋᆞᆸ서ᄂᆞᆫ 無限ᄒᆞ온 君權을 享有ᄒᆞᄋᆞᆸ시나니 公法에 謂ᄒᆞᆫ 바 自立政體이니라'라고 돼 있다. 요즘 말로 의역하면 '대한제국의 정치는 이전 500년 동안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불변할 전제정치다', '대한국 대황제께서는 무한 권력을 향유할 수 있고 공법에 따라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정치체이다' 정도가 된다.

대한제국엔 의회가 없었다. 황제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전제'(專制)를 한다고 해 놓았다. 이러한 황제를 대리해 행정을 한 책임자가 총리대신이었다. 1910년 8월 22일 총리대신 이완용이 일본 통감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와 한일병합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 1조는 '한국(=대한제국) 황제 폐하는 한국 전부에 관한 일체의 통치권을 완전히 또 영구히 일본 황제 폐하에게 양여한다'고 돼 있다. 조약은 주권자의 동의인 비준이 있어야 발효되는데, 주권자인 순종이 비준했다.

그리고 순종과 태황제인 고종은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 이 조약 3조가 '일본국 황제 폐하는 한국 황제 폐하, 태황제 폐하가 (중략) 상당한 존칭과 위엄 및 명예를 향유케 하고 또 이를 보지(保持)하는 데 충분한 세비(歲費)를 공급할 것을 약속한다'고 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했음에도 백성들은 이들을 존경했다. 1919년 '일본의 귀족'인 왕으로 강등돼 있던 고종이 숨져 3월 3일을 인산(因山)일로 정하자, 3·1운동을 일으켰다. 1926년 순종이 죽어 6월 10일을 인산일로 삼자 6·10 만세운동을 했다.

3·1운동을 계기로 선각자들은 공화제 국가를 꿈꿨다. 대한이라는 국호는 이어받아도 체제는 '민국(民國=공화국)'이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 때문에 1919년 4월 '중국 법이 통하지 않는' 상하이의 조계(租界)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웠다.

그러나 우리를 해방해 준 것은 대일본제국을 항복시킨 미국이었다. 3년간 군정을 한 미국은 유엔을 통해 민주적인 방법으로 우리의 정부를 세우게 했다. 그 덕분에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를 만들었다. 필자는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했다고 보는데, 1919년 건국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일본은 7년간 미군정을 받고 1952년 4월 28일 '일본국'으로 독립하게 됐는데, 그때 이미 독도 영유 문제가 있었다. 이에 주목한 이승만 대통령이 1952년 1월 18일 평화선을 발표해 독도 영유를 분명히 했다. 그리고 우리는 독도를 빼앗긴 적이 없었다.

1965년 박정희 정부는 일본국과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 기본 조약을 맺었는데, 1945년 대일본제국의 항복으로 한일병합조약은 무력화됐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이미'라는 단어를 사용케 했다. 이 조약 2조를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라고 한 것.

그리고 3조를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연합 총회의 결정 제195호(III)에 명시된 바와 같이 한반도에 있어서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확인한다'라고 하여, 일본은 우리의 독립을 인정하고 북한을 부정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박정희 정부가 대일 청구권 자금을 받아 근대화의 한 축인 산업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1인당 GDP가 일본과 대등한 나라가 됐다. 2차 세계대전 이전 식민지였던 나라 가운데 근대화에 성공해 선진국에 진급한 유일한 나라가 된 것이다.

이번 추석엔 이승만과 박정희의 묘소를 찾아가 '정치를 잘 하셨다'며 술잔을 올리고 싶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