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與野 대표 ‘민생 공약 협의기구’ 합의, 협치 복원 더 노력해야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년 만에 여야 대표 회담을 가졌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과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대표 회담 종료 후 8가지 합의문(合意文)을 발표했다. 국민들의 피부에 닿는 통 큰 합의는 없었다.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해서는 주식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선으로 마무리했다. 또 추석 연휴 응급의료 체제 구축에 만전(萬全)을 기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국회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채 상병 특검법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의 경우 양당의 기존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이다.

양당의 수장(首長)은 채 상병 특검법 등 민감한 쟁점에 대한 합의는 끌어내지 못했다. 채 상병 특검법의 경우 이 대표가 '제삼자 방식 추천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으나, 한 대표가 국민의힘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혀 더 이상 논의되지 않았다. 다만 민생과 경제의 어려움을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공감대(共感帶)를 형성, 민생 공통 공약을 다룰 협의기구를 운영키로 한 것은 진전(進展)이다. 여야가 최근 민생 법안 처리로 협치(協治)의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나온 합의여서 의미가 있다. 여야 대표는 ▷반도체 산업 AI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지원 방안 적극 논의 ▷가계·소상공인 부채 부담 완화 위한 지원 방안 적극 강구 ▷저출생 대책 일환으로 맞벌이 부부 육아휴직 기간 연장 확대 위한 입법 과제 신속 추진 ▷정당 정치 활성화 위해 지구당제 도입 적극 협의 등도 약속했다.

국민들은 이번 여야 대표 회담에 큰 기대를 걸었다. 국회가 특검, 청문회, 탄핵 소추, 쟁점 법안으로 첨예한 정쟁(政爭)을 벌이고, 국민들과 나라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성사된 회담이기 때문이다. 또 한 대표와 이 대표가 전당대회 이후 새롭게 선출됐으며, 취임 일성(一聲)으로 '민생'을 강조했던 터라 두 사람의 회담은 국민들에겐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회담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여야 간 이견이 큰 쟁점 현안들이 폭넓게 다뤄졌지만, 두 대표 모두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민생고(民生苦)에 지친 국민들을 위한 선물이나 대승적 합의도 없었다.

첫 대표 회담이 큰 성과 없이 끝났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정쟁 속에서 여야 대표가 민생 공통공약 협의기구 운영에 합의한 점은 환영할 일이다. 또 여야 대표 회담을 수시로 열기로 한 것은 '소통' 측면에서 일부 진전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양당 대표는 정치의 정상화와 협치의 복원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민생 공약 협의기구를 내실 있게 운영해 협치의 물꼬를 터야 한다. 대통령실은 여야 대표 회담 이후 "이번 회담이 국회 정상화의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지당(至當)한 입장 표명이다.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도 양당의 협치 분위기 조성에 호응해야 한다. 양당이 합의한 민생 법안에 대해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다. 양당이 21대 국회처럼 정치적 이해득실과 당리당략만 고집하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2일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양당의 대표는 무한 정쟁의 악순환(惡循環) 고리를 끊고 민생과 경제, 국가의 미래를 위해 헌신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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