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위대한 작곡가라 할지라도 서툴렀던 처음은 있다. 올해로 탄생 200주년을 맞이한 화성법과 대위법의 대가 안톤 브루크너도 예외가 아니다.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이 안톤 브루크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무대를 선보인다. 오는 13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리는 '제508회 정기연주회'에서는 그동안 실연으로 듣기 어려웠던 브루크너의 초기 교향곡 d단조 '0번'을 연주한다.
19세기 후반 교향곡 발전에 큰 업적을 남긴 브루크너는 37세까지 음악 이론가 지몬 제히터의 문하에 있다가 마흔을 바라볼 무렵에야 처음으로 교향곡 작곡을 시도했다. 이번에 연주되는 교향곡 d단조 '0번'은 작곡가 스스로 "단순한 시험 작품일 뿐 아무 가치가 없음"이라고 여겼지만, 브루크너의 초기 작품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이 작품은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으며, 특히 1악장과 4악장에서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 1864년 초고를 완성한 후 1869년 대폭 수정했으나, 당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 오토 데소프의 냉소적인 반응으로 인해 깊이 묻어두었다가 브루크너 사후인 1924년에야 처음으로 연주됐다.
이날 공연은 코다이의 '갈란타 춤곡'으로 시작한다. 헝가리 민속 음악을 집대성한 코다이가 1933년 부다페스트필하모닉협회 창립 80주년 기념작으로 작곡한 이 곡은 생동감 있는 리듬과 민족의 정서가 녹아 있는 선율이 특징이다.
이어서 메조소프라노 백민아와 함께 파야의 발레 모음곡 '사랑은 마술사'를 선보인다. 스페인의 민속적인 선율과 리듬을 담은 이 작품은 안달루시아 전설을 바탕으로 한 발레 음악으로, '불의 춤' 등 13개의 짧은 곡으로 구성돼 있다.
백진현 상임지휘자는 "그간 관객이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0번'은 비록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는 중후기 교향곡보다 아쉬운 점이 많지만, 이후의 대작을 예고하는 브루크너의 다양한 시도를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작품"이라며 "이와 함꼐 헝가리와 스페인의 전통 선율과 리듬이 물씬 느껴지는 이색적인 무대로 새로운 감동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시향은 24일(화) 오후 7시 30분 광주예술의전당에서 'GAC 특별기획 달빛동맹 시리즈Ⅰ'를 통해 같은 레퍼토리를 다시 한번 선보일 예정이다. 티켓은 R석 3만원, S석 1만 6천원, H석 1만원이며,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다. 문의는 053-430-7765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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