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오픈스튜디오, 클로즈 투 아티스트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지난 주말, 경북 성주에 새롭게 문을 연 레지던시 유촌창작스튜디오의 오픈스튜디오가 진행됐다. 오픈스튜디오는 명칭 그대로 작가들의 스튜디오(작업실)를 개방하는 프로그램으로, 1년 중 단 한 번 진행되며 평상시에는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레지던시 작업실 내부를 살펴볼 수 있는 귀한 기회다.

유촌창작스튜디오의 오픈스튜디오는 1기 입주 작가 그룹전 '시절 초상'과 함께 개최됐다. 그룹전 전시 장소인 아트스페이스 울림과 유촌창작스튜디오가 도보 1분 이내로 가까이 위치해있어 관람객들이 전시장에서 완성된 모습의 작품을 감상한 후, 작가의 작업실에 들려 작품이 제작 중인 과정의 모습을 살펴보며 작품 너머 미지의 인물이던 작가를 직접 만나 대화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람객에게 다채로운 문화 경험을 선사할 수 있었다.

일반 관람객보다 오픈스튜디오 개최를 더욱 기다리는 이들은 동료 작가나 미술계 종사자일 것이다. 평소 관심을 가졌던 레지던시 공간이나 작가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오픈스튜디오를 통해 지원을 희망하는 레지던시의 시설을 꼼꼼히 답사해 볼 수 있고, 입주작가에게 레지던시 생활에 대한 후기를 생생하게 들어볼 수도 있다. 기획자의 입장에서 레지던시는 작가와 따로 미팅 약속을 잡지 않아도 그들의 작품 세계를 가장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미완성 작품, 완성됐지만 아직 전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한 미공개 작품, 작가가 쓰는 재료, 물감을 개는 방법, 벽면에 빼곡히 붙어있는 작업노트나 작품의 초석이 되는 드로잉까지. 열린 작업실을 통해 작가의 작업세계를 더 섬세히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된다. 전시장에 출품되는 작품이나 포트폴리오 이미지를 통해 작가를 바라보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그렇기에 매년 1번씩 찾아오는 각 레지던시의 오픈스튜디오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길 추천한다.

대구 달성군 소재의 레지던시 달천예술창작공간은 지난 4월 26~28일 오픈스튜디오를 진행했다. 달천예술창작공간의 오픈스튜디오 또한 입주작가 프리뷰전과 함께 진행돼 전시와 작가의 작업실을 함께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 생긴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레지던시답게 깔끔한 내부 시설이 돋보였다. 한편 대구예술발전소의 오픈스튜디오 'NET-워크'는 9월 6~8일 대구예술발전소 4, 5층에서 진행된다. 오픈스튜디오 기간에는 미술사학자 신원정 교수가 진행하는 문화 예술 특강 '창작과 향유사이', 그리고 입주작가들이 진행하는 '김상덕-오일파스텔 캐릭터 드로잉', '홍보미-Frame Redrawing' 등 다양한 연계프로그램들이 함께 진행돼 오픈스튜디오를 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문화체험을 선사한다.

전시회는 시각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가장 보편화되고 대중적인 기회다. 우리는 깔끔한 벽에 조명을 받으며 자태를 뽐내는 작품을 바라보며 그것이 전달하는 의미들에 공감해 내면의 울림을 느끼기도,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전시장에는 작품과 전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리플렛, 작가노트 등 부가 자료들이 친절하게 준비돼있다. 하지만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그런 기회들을 넘어서 고고한 모습으로 걸려있는 작품의 뒷이야기, 미술계의 오프 더 레코드가 궁금하다면 매년 찾아오는 레지던시의 오픈스튜디오 개최에 주목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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