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이혼 후 혼자 아이 둘 키우다…첫째 딸에게 찾아온 백혈병

사업으로 해외 전전하며 가정에 소홀했던 전남편
생활고 속에 독박육아…전남편이 빚 떠넘기자 이혼 결심
첫째 딸 급성 백혈병…병간호로 일 그만두자 경제적으로 어려워

이서윤(43·가명) 씨가 급성 백혈병을 앓은 딸 최유빈(9·가명) 양과 마주 보며 웃는 모습. 김지효 기자
이서윤(43·가명) 씨가 급성 백혈병을 앓은 딸 최유빈(9·가명) 양과 마주 보며 웃는 모습. 김지효 기자

불행은 한순간에 찾아왔다. 이서윤(43·가명) 씨는 활발하고 건강했던 초등학생 첫째 딸이 급성 백혈병에 걸릴 것이라고 상상조차 못했다. 외국에 나가 사업을 벌이다 빚만 지고 돌아온 남편과의 이혼이 인생사의 마지막 파랑이길 고대해왔다.

혼자 열심히 벌어 아이들을 잘 키워내고 싶었지만, 첫째가 아프기 시작하자 서윤 씨는 일을 그만두고 딸의 치료에만 전념했다. 항암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딸은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지 보호자의 돌봄이 필요한데, 그동안 모아둔 돈은 바닥을 드러내고 언제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막막한 앞날에 서윤 씨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가정에 소홀한 남편이 빚 떠넘겨 이혼 결심

어린 시절 서윤 씨는 부모님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모습이 더 익숙했다. 서윤 씨의 아버지는 술만 먹으면 세간을 부수며 폭력을 일삼았고, 이를 참다못한 서윤 씨 어머니는 초등학생 때 집을 떠났다. 공사장에서 일하느라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아버지,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서윤 씨를 만나러 오는 어머니를 대신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3남매를 키웠다. 서윤 씨의 학생 시절 목표는 성인이 돼 집을 떠난 오빠와 언니처럼 빨리 독립해 돈을 버는 것이었다. 20살이 되자마자 집에서 나온 서윤 씨는 공장에서 악착같이 돈을 모으며 행복한 가정을 꾸릴 날을 기대했다.

돈을 번답시고 고향을 떠나왔지만, 힘들 때면 마음은 항상 그곳으로 향했다. 자연스레 동향 사람에게 마음이 갔다. 서윤 씨는 학교에서 알고 지냈던 또래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다 사귀게 됐고, 30살이 되던 해 고향으로 돌아와 그와 결혼했다. 행복할 줄 알았던 결혼생활은 서윤 씨가 임신한 뒤 7주가 되던 때 무너졌다. 원인 불명의 유산이 두 차례 반복됐다. 상심이 컸다. 마음을 추스르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아이 갖기를 포기하고 지내기를 3년, 서윤 씨 부부에게 기적 같은 두 딸이 찾아왔다.

서윤 씨의 남편은 개인 사업을 했다. 서윤 씨가 둘째를 임신했을 때쯤 사업을 확장한다며 집을 잘 안 들어오기 시작했다. 외국에 나가 반년 넘게 서윤 씨와 아이들을 찾지 않기도 했다. 서윤 씨는 밖을 나도는 남편을 대신해 화장품 방문판매원으로 일하며 아이 둘을 키웠다. 산후조리는 꿈도 못 꾸고 일했지만 생활비는 모자랐고, 하는 수 없이 카드 돌려막기가 시작됐다. 서윤 씨와 두 아이를 생활고 속에 던져두고 여기저기 사업을 확장하던 남편은 돈 대신 빚만 지고 돌아왔다. 그 빚은 아등바등 아이들을 키우던 서윤 씨 명의였다. 독박육아와 생활고에 지친 서윤 씨는 결국 이혼을 결심했다. 첫째 딸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즈음이었다.

◆급성백혈병 걸린 첫째, 항암치료 동안 아이 병간호 하느라 수입 끊겨

빚을 갚으며 아이 둘을 키워야 하는 삶. 서윤 씨는 쉬지 않고 일했다. 공장에서, 식당에서, 화장품도 팔아보고 회사 계약직으로도 일해봤다. 적은 월급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회사 퇴근 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도 했다. 일을 하느라 아이들과 오래 같이 있어 주지 못해서일까.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던 첫째 유빈이가 지난해 10월부터 어지럼증과 고열에 시달렸다. 자꾸 코피를 쏟았다. 감기약을 먹여도 증세는 더 심해져만 갔다. 병원에서 피검사를 했더니 아이를 데리고 대학병원엘 가보랬다. 그렇게 지난 11월, 서윤 씨 딸이 대학병원에서 진단 받은 병명은 '급성백혈병'이었다.

유빈이는 이제 겨우 초등학교 4학년. 서윤 씨는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항암치료를 시작한 딸은 자주 아팠고 고통에 괴로워했다. 항암에 들어간 딸은 몸에서 세포를 죽이는 길고 버거운 치료를 겪으며 한 달 내내 고열에 시달렸고, 통증 쇼크로 기절도 반복했다. 수액과 수혈을 번갈아 받아가며 머리카락과 눈썹이 다 빠진 채 숟가락 들 힘도 없는 딸을 보면 눈물만 흘렀다.

그래도 딸은 치료를 씩씩하게 이겨냈다. 그렇게 유빈이 3차 항암치료까지 마친 시기가 지난 7월. 외부 감염을 주의해야 하는 백혈병 특성상 서윤 씨는 첫째가 퇴원하고 나면 한 방에서 세 가족이 함께 자는, 기존 집에서는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을 간호하는 8개월 동안 일을 못해 수입이 한 푼도 없었지만, 서윤 씨는 큰마음 먹고 방 세 개 딸린 집으로 이사를 단행했다.

유빈이가 아프고 난 뒤 스트레스 때문인지 서윤 씨는 잦은 하혈에 시달렸다. 자궁에 물혹이 생겼다고 했다. 지난주 수술을 한 서윤 씨는 아이들이 걱정돼 오래 쉬지 못하고 다음날 바로 퇴원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유빈이와 함께 차로 한 시간 거리의 대학병원에 가고, 온종일 유빈이를 챙기느라 정신없는 일상이 계속된다. 병원에서 사느라 한동안 엄마, 언니와 떨어져 있던 초등학교 2학년 둘째 딸은 조퇴가 잦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둘째에게 심리 상담이나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어도, 첫째가 아플 동안 서윤 씨가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없었기에 금액이 부담이었다.

수입이 없는 동안에도 월세, 공과금, 보험료, 생활비, 학원비에 빚 갚는 돈까지 지출은 쌓여갔다. 모아둔 돈이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지만 그렇다고 퇴원한 지 얼마 안 된 딸을 혼자 두고 일하러 나갈 순 없었다. 백혈병은 완치 판정을 받으려면 5년은 지나야 한다는데, 언제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캄캄한 앞날에 마음이 무겁지만, 그래도 서윤 씨는 아픈 치료를 잘 이겨 내준 딸만 보면 대견한 마음이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아이엠뱅크(구 대구은행) 069-05-024143-008 / 우체국 700039-02-532604

예금주 : (주)매일신문사(이웃사랑)

▶DGB대구은행 IM샵 바로가기

(https://www.dgb.co.kr/cms/app/imshop_guide.html)

[지난주 성금내역]

◆곰팡이 핀 집에 누워 생활하는 고필선 씨에 2,489만원 전달

낙상으로 허리를 다친 후 곰팡이 핀 집에 누워 생활하는 고필선 씨(매일신문 8월 20일 10면 보도)에게 2천489만8천163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구미현대병원 25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달서구약사회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박명호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안현준 조혜란 최선태 각 2만원 ▷최은서 최정원 각 1만5천원 ▷김성옥 김종식 박미화 이서영 이현민 정혜원 각 1만원 ▷류시배 이순덕 조철제 각 5천원 ▷이장윤 2천원 ▷심금자 1천원 ▷'어려운시기엔나누자' 3만원 ▷'돕기' 5백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정윤(44·가명) 씨가 건강 악화로 신경 쓰지 못해 엉망이 된 집을 치우는 모습. 팔에는 화가 난 딸을 말리다 생긴 멍이 들어 있다. 김지효 기자
◆가난 속에도 가정 지키는 김정윤 씨에 2,304만원 성금

생활고 속에 대학 입시를 앞둔 아들과 자폐스펙트럼인 딸을 혼자 키우는 김정윤 씨(매일신문 8월 27일 9면 보도)에게 43개 단체, 130명의 독자가 2천3백4만6천246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아이엠뱅크 10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이일우)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두드림정신건강의학과 10만원 ▷법무사 김태원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신세계로약국(박태환)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박노석세무회계사무소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김기욱사무소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현대전산인쇄㈜(이기복)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책나무도남독서학원(조혜리)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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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신나의하나님' 25만원 ▷'이웃' 20만원 ▷'주님사랑' 10만원 ▷'재원수진' 5만원 ▷'석희석주' 2만원 ▷'수민' '은빈' 각 5천원 ▷'어려운시기돕기' 3천원 ▷'돕기' 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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