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드론 공격받은 러, 핵 위협 만지작(?)…핵 교리 개정 시사

러시아, 모스크바 남동부 가포트냐 드론떼 공격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침공에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치 못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침공에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치 못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남동부 카포트냐를 공격하면서 그 파장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6일 러시아 국경에 인접한 쿠르스크를 전격 침공해 1천300㎢에 가까운 러시아 영토를 통제하고 있다. 게다가 비록 무인기(드론) 공격이지만 모스크바 인근까지 공격한 것은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대응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카포트냐 드론 공격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이 1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남동부 카포트냐에 위치한 정유공장이 드론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는 "드론 여러 대가 모스크바 정유공장을 표적으로 삼았다. 격추된 드론이 추락하면서 공장의 별도 기술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소방당국을 인용해 진화 작업이 극도로 까다로워 추가 구조대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정유공장을 소유한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의 자회사 가스프롬 네프트는 이번 화재와 관련한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모스크바와 트베리의 전력·정유 시설을 겨냥해 밤사이 드론 공습을 시도했다며 모스크바 상공 2대, 모스크바 주변 지역 상공 9대를 포함해 드론 158대를 격추했다고 이날 밝혔다.

국방부는 이밖에 쿠르스크에서 46대, 브랸스크에서 34대, 보로네시에서 28대, 벨고로드에서 14대의 드론을 파괴했으며 이외 여러 지역 상공에서 드론을 격추했다고 덧붙였다.

AP 통신은 이번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이 지난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 중 하나라고 전했다.

◆핵보유국 공격은 예상 밖의 전개

핵무기도 없고 군사력에서도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친 것은 예상 밖의 전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핵보유 선언국이 다른 국가의 침공과 영토 점령에 직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수십년간 핵확대 이론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은 대체로 외부 공격을 받지 않는 것으로 여겼다. 이들 나라를 공격할 경우 괴멸적 결과로 이어질 전쟁을 초래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위협은 일반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을 대규모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고 그러한 국가들 사이에 평화를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쿠르스크를 통제할 뿐만 아니라 모스크바 인근까지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따라 서방 지도자들과 군사 전문가, 핵 이론가들은 현 상황이 러시아의 긴장 확대 가능성 등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론상의 위험이 실제 상황의 시험에 직면하면서 핵무기의 억제력에 대해 재검토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의 일부를 장악하긴 했지만, 양국 모두 쿠르스크 지역을 전략적으로 필수적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러시아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전 러시아 군비 통제 협상가 니콜라이 소코프는 "아무도 러시아의 레드라인을 모른다. 그들은 정확히 제시한 적이 없다. 우리는 나중에 우리가 두 달 전에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러시아, 핵위협 만지작(?)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핵 사용 원칙을 담은 핵 교리(doctrine) 개정 검토를 시사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 차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의 도발 확대에 대응해 핵무기 사용에 관한 교리를 개정할 것이라고 국영 타스 통신에 밝혔다.

랴브코프 차관은 타스에 "작업은 진전된 단계에 있으며 개정하려는 분명한 의지(intent)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서방 적들의 도발 확대 과정과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20년 대통령령 형식으로 제시한 러시아 핵 교리에는 ▷러시아가 적의 핵 공격을 받거나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재래식 공격이 있을 경우 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일부 강경한 러시아 군사 분석가들은 서방의 적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핵 사용의 문턱을 낮출 것을 촉구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교리는 살아있는 것이며,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교리 수정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랴브코프 차관도 같은 달 정세를 반영해 핵 교리를 명확히 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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