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전기차 괴담

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지난달 1일 발생한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이후 근거 없는 괴담(怪談)성 정보들이 넘쳐 나면서 '전기차 공포증'을 부추기고 있다. 인천 화재 사건의 피해를 키운 가장 큰 원인은 지하 주차장 소방시설, 특히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화(鎭火)가 훨씬 더 어렵거나 옆 차량으로 옮겨붙는 속도가 월등하게 빠른 전기차 화재여서가 아니며, 스프링클러만 정상 작동했다면 발화 차량의 피해를 막기는 어렵더라도 140여 대 전소는 없었다는 말이다.

'전기차 충전은 90% 이하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업계는 조목조목 반박한다. 확실한 검증을 거치기도 전에 일부 지자체는 배터리 충전량 90% 이하 전기차만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 출입 방안을 추진 중이고, 전기차 주차를 둘러싼 주민 갈등(葛藤)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현대차·기아는 배터리 충전량이 화재 규모나 지속성에 영향을 줄 뿐 화재 원인과 무관하며, 대부분 화재는 배터리 셀 자체의 제조 불량이나 외부 충격 때문이며 과충전(過充電)에 의한 화재는 외국 사례도 전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기차 열폭주(熱暴走)도 비슷한 이유로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업계 측은 주장했다. 열폭주는 과열된 배터리가 주변으로 열을 옮겨 연쇄 폭발하는 현상인데, 외부 요인으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배터리 팩 자체가 고도의 내화·내열성을 갖춰 불이 쉽게 옮겨붙지도 않으며, 최신 전기차에는 열폭주 지연 기술이 탑재돼 있다고 했다. 전기차 화재 시 진압 시간이 길고, 확산 속도는 더 빠르며, 온도도 더 높아서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주장들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팩트 체크가 없었다는 말이다.

가짜 뉴스나 루머가 암약(暗躍)할 수 있는 까닭은 선입견과 정보 부족 때문이다. 소방 당국이 정확한 피해 확산 원인을 규명하기도 전에 추측(推測)이 난무했고, 심지어 이를 근거로 대책 수립까지 이뤄졌다. 물론 자동차 업계의 주장만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위험성의 과장(誇張)은 인정하지만 전기차가 더 안전하다는 말도 아니어서다. 정부는 전기차 안전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결코 이해관계를 둘러싼 타협의 산물이 나와서는 안 된다. 전기차 공포를 불식시킬 객관적 정보가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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