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우리 편은 항상 옳은가?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최근 헌법재판소가 비위 의혹을 받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의 탄핵소추(彈劾訴追)를 기각했다. 이 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인물이다. 민주당은 이 검사의 탄핵소추를 주도했다. '이재명 방탄용'이란 비판에 민주당은 귀 막았다. 이 뿐 아니다. 민주당은 두 달 간 7건의 탄핵안을 남발했다. 이 대표의 안위(安慰)를 해치거나, 민주당에 맞서면 누구나 탄핵 대상이 되고 있다. 독선이고 편파다. 비단 민주당 만의 문제는 아니다.

협치의 무대이어야 할 국회가, 포용의 장이어야 할 정치판이 당파성(黨派性)의 늪에 빠졌다. "우리 편이 아닌 검찰, 법원, 언론은 썩었다. 그러니 개혁하고, 우리 편이 장악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 되는 현상이다. 항상 '국민의 뜻'이란 명분을 내건다. 참으로 가증스럽다. 그토록 국민을 생각한다면, '정쟁(政爭)의 굿판'부터 걷어치우는 게 도리가 아닐까.

우리 편은 항상 옳은가? 현실에선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 우리 편이면 무조건 지지하고, 다른 편이면 닥치고 반대한다. 쓴소리 하는 정치인은 배척된다. 같은 정당이라도 우리 편이 아니다. 민주당의 정봉주 전 의원과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가 그렇다. 국민의힘에선 '배신자 프레임'에 갇힌 유승민 전 의원이 해당된다. 어디 정치판만 그런가. 우리나라 선수가 벌칙을 받으면 심판이 편파적이라고 흥분한다. 심판이 다른 나라 선수에게 벌칙을 주면 공정하다고 칭찬한다.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순간, 편향(偏向)은 전두엽에 똬리를 튼다.

누구 편에서 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르다. 이를 다룬 두 건의 유명 연구가 있다. 연구자들이 미식축구 경기 영상을 피험자(被驗者)들에게 보여줬다. 피험자들은 경기를 치른 두 대학의 학생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대학 팀에 더 유리하게 반칙 숫자를 셌다. 역시 팔은 안으로 굽었다. 다음 연구는 어느 건물 앞에서 경찰과 시위자들이 충돌하는 영상을 본 두 집단의 반응이다. 영상만 보면 무슨 시위인지 알 수 없다. 연구자가 병원 앞에서 '임신 중지'에 반대하는 시위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우파들은 평화 시위라고, 좌파들은 폭력 시위라고 여겼다. 반면 병무청 앞에서 '동성애 병사들의 군 복무 금지'에 반대하는 시위라고 들었을 때, 좌파들은 지지했고 우파들은 비난했다.

'우리 편 편향'의 저자 키스 E. 스타노비치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현시대(現時代)를 '우리 편 편향 사회'라고 주장했다. 우리 편 편향은 '우리 편'에 무조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습성(習性)이다. 집단 정체성으로 귀결되는 이 편향의 바탕에는 확신 가득한 세계관이 있다.

우리 편 편향은 사회를 분열한다. 소득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만 모이면 평소 가치관을 강화한다. 부자는 빈자(貧者)를 게으른 인간으로, 빈자는 부자를 수전노(守錢奴)로 여기는 심리가 굳어진다.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면 세상은 아수라장(阿修羅場)이 된다. 스타노비치는 인지심리학 강의 때, '브로콜리와 아이스크림'을 자주 인용했다. 어떤 사고 경향성(思考 傾向性)은 저절로 손이 가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처럼 편하다. 반면, 어떤 사고 과정(편향의 극복)은 맛 없는 브로콜리를 먹는 것과 같다. 건강한 몸을 위해 브로콜리를 먹듯이, 건전한 세상을 위해선 관점을 바꿔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정치인들은 브로콜리를 매일 식전 3회, 장복(長服)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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