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눈앞에서 보니 감동이 벅차오릅니다. 전통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솟네요."
3일 오전 9시, 개관 시간을 한 시간 앞둔 시간임에도 대구간송미술관 앞은 일찍 도착한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이내 줄이 50m 가량 늘어섰고, 모두들 들뜬 표정으로 입장을 기다렸다.
역사적인 대구간송미술관의 1호 관람객은 류성은(51·서구 중리동) 씨. 8시 45분쯤 도착했다는 류 씨는 "미술을 좋아했고, 미술관 개관 1호 입장이 인생의 버킷리스트였다"며 "대구미술관 개관 때는 육아로 인해 그러지 못했는데, 대구간송미술관이 개관한다는 소식을 듣고부터 너무나도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아이를 다 키우고 소원을 이루게 돼 기쁘다. 국보·보물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니 찬찬히, 꼼꼼히 감상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간송미술관은 류 씨에게 1호 입장객 맞이 기념으로 도록과 기념품을 증정했다.
대구간송미술관 측은 이날 안전사고 등을 고려해 시간대별로 인터넷 예매와 일부 현장 예매 등을 통해 350명씩 입장을 진행했다. 첫 시간대인 오전 10시 예매분은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간송미술관 관계자는 "어제 하루에만 2천명 넘게 예약했다"며 "차후 상황을 보며 유동적으로 예매분이나 입장객 수 등을 조절하려 한다"고 말했다.
큰 혼란 없이, 관람객들은 2층 키오스크와 데스크에서 발권한 뒤 1층 전시실로 내려가 자유롭게 작품들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기 전시실은 역시 개관 전시 주요 유물인 미인도와 훈민정음이 단독으로 놓인 공간이었다. 전시실에 입장하기 위해 로비 너머까지 길게 줄을 선 모습이 눈에 띄었다.
김연정(50·수성구 신매동) 씨는 "개관 소식을 듣고 미인도 실물을 가장 많이 기다려왔다"며 "오묘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어두운 공간에서 미인도와 마주하니, 더욱 신비로운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외에 추사 김정희의 서예 작품,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등 도자 작품에도 관람객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보이는 수리복원실' 앞에 설치된 터치 스크린을 통해 수리복원 과정과 수리복원실 구성 등의 설명을 주의 깊게 보는 관람객들도 있었다.
또한 고려청자 문양이 새겨진 손수건, 이어폰케이스, 키링과 신윤복의 그림이 새겨진 파일, 노트 등 작품을 활용한 다양한 소품들이 아트숍을 채워 인기를 끌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전시를 둘러본 이지연(39·청도 화양읍) 씨는 "교과서에서만 보던 국보·보물을 직접 보여주고 싶어 함께 전시를 찾게 됐다"며 "특히 아들이 미인도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친구들에게 자랑하겠다고 한다"며 웃어보였다.
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 관장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진정으로 꿈꾸고 바랐던 모습이 오늘 실현된 것 같다"며 "관람객들이 보다 가까이에서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함께 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간송미술관 개관기념 국보·보물전 '여세동보(與世同寶)–세상 함께 보배 삼아'는 12월 1일까지 이어진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과 추석 당일은 휴관한다. 관람 예약은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할 수 있고, 성인 1만원, 어린이·청소년(8~19세 이하) 5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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