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수원 수출사업본부 ‘경주→오송 이전설’ 사실로

경주시 '발끈'…강력 저지 예고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그동안 설로 떠돌던 '한국수력원자력의 수출사업본부 이전'이 사실로 확인됐다. 한수원 본사가 있는 경주시는 대규모 핵심부서의 타 지역 이전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만큼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3일 경주시와 복수의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한수원은 수출사업본부를 경주 본사에서 세종시 인근 청주시 오송읍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한수원이 24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와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이전 이유다.

이전 시점은 내년 상반기 쯤으로 예상된다. 사무실은 오송역 인근 빌딩을 임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본부 이전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수원은 수출사업본부를 이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민감한 사안이라 외부로 드러나진 않지만, 소수 인력이 이전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고 이전과 관련한 여론 동향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사업본부는 최근 성사된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포함해 원전 수출을 담당하는 핵심 부서다. 지난 2022년 황주호 사장 취임 후 첫 번째 조직 개편을 통해 만들어졌다.

▷사업개발처 ▷SMR(소형모듈원자로) 사업실 ▷체코·폴란드 사업실 ▷해외원전건설처 등이 있고, 본사 전체 인원 1천700여명의 12% 수준인 220여명이 이곳에 근무한다. 정부와 한수원이 해외 원전시장 개척에 힘을 쏟는 만큼 해당 본부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경주시와 시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수원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중저준위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의 하나로 2016년 본사를 서울에서 경주로 이전했다. 그런 만큼 한수원이 상당수 인력과 핵심 부서를 타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경주시 입장이다.

한수원 본사 유치를 위해 중저준위방폐장을 수용했던 동경주 지역 주민들의 큰 반발도 예상된다. 한 주민은 "업무 효율만을 내세운다면 향후 또 다른 부서가 빠져나갈 수도 있고, 결국 경주 본사는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라며 "방폐장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한수원 본사가 내려온 만큼, 빠져나갈 거면 방폐장도 가져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송호준 경주시 부시장은 해외 출장을 떠난 주낙영 경주시장을 대신해 3일 오후 한수원 경영부사장을 만날 예정이다.

송 부시장은 "오송은 경주에서 고속열차로 1시간 정도 거리인 만큼, 원활한 업무를 위해서라면 그쪽(오송)에 사업소 정도를 두면 되지 본부 전체가 이전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경주시 의견을 강력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