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쿠팡, 학력·경력 안 따지고 ‘즉시’ 취업 가능한 지방 일자리 1만명 더 늘린다

지방 일자리 만들어 수도권 유출 막는 효과까지

쿠팡이 2026년까지 전국의 인구 감소 추세를 보이는 지역에 3조원을 투자하고 직고용 인력을 1만명으로 늘리기로 발표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6조원을 쏟아부어 전국 30개 지역, 100개 이상 물류 인프라를 통해 7만명의 일자리를 만든 쿠팡이 2년 안에 1만개 일자리를 지역에 더 만들겠다는 것이다.

청년층의 취업 평균기간이 최장 1년 가까이 소요되는 만큼, 쿠팡의 일자리는 즉시 취업이 가능하며, 채용 규모가 큰 만큼 지방 청년들의 사회 참여와 정착을 늘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청년 취업 1년 걸릴 때..쿠팡 물류센터는 '바로 출근'.."취업 미스매칭 없어요"

쿠팡은 내년 초까지 전국 9개 지역에 풀필먼트센터(FC)를 비롯한 물류망 구축을 본격화했다고 3일 밝혔다. 쿠팡에 따르면 경북 칠곡·김천, 충북 제천, 부산·울산 등 9개 지역에서 만드는 직고용 인력만 1만명에 달한다. 이는 2026년까지 전국 물류 인프라에 3조원 이상을 투자키로 한 계획의 일환이다. 쿠팡은 지난 3월 전국에 대대적인 쿠세권(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5천만 인구 대상으로 로켓배송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주요 투자지는 부산(3천명), 광주(2천명)을 필두로, 남대전(1천300명)과 경북 김천·칠곡(도합 1천명) 등 9곳이다. 총 예상 채용 규모는 1만여명으로, 2026년까지 쿠팡의 물류 투자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면 실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지방에 1만명의 직고용 일자리를 늘리면서 쿠팡과 물류 및 배송 자회사를 포함한 전체 인력은 8만명에 달하며 지방 고용 비중은 80%를 넘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쿠팡의 고용인원은 최근 이미 7만5천여명을 넘어선 상태다. 쿠팡의 채용 규모는 삼성전자(약 12만명)에 이은 국내 고용 2위다. 쿠팡의 직고용 일자리는 주5일이 보장되고 연차(15일)를 자유롭게 쓴다. 집에서 근무지까지 거리가 멀어도 셔틀버스가 전국에서 무료로 제공된다. 일부 물류센터는 근무방식 등에 따라 최대 360만원 수준의 월급을 신입직원에 주기도 한다. 근무자 본인과 가족 대상으로 실손보험과 건강검진이 제공되고 임직원의 건강상담을 돕는 '쿠팡케어'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다.

쿠팡의 직고용 일자리(정규직·상용직 등)는 취업 사각지대에 놓인 20대 청년에게 빠른 취업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인기가 많다. 통상 물류센터에서 입고와 출고·허브·ICQA(품잘관리) 등으로 나뉘는데, 학력·경력·성별 조건을 따지지 않고 즉시 입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가 첫 취업까지 걸린 기간은 2023년 10.4개월에서 올해 11.5개월로 늘어났다. 첫 취업까지 최장 1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최종 학교를 졸업한 미취업자 129만명 가운데 3년 이상 미취업자는 23만8천명, 1~3년 미취업자는 35만1천명에 달한다. 노동계 관계자는 "구직시장은 근본적으로 '미스매칭'이 심해 구직자와 기업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며 "그러나 쿠팡은 고속 취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회에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에서 물류 전공하고 쿠팡 정규직 직행하는 20대들.."물류산업 커리어 키워"

상황이 그러다 보니 갑작스러운 명예퇴직,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이 닥친 40, 50대는 물론 20대 고시생이나 취업준비생도 적지 않다. 전북 전주에 거주하는 이승철(가명·33)씨는 약 2년 전 한 제조기업 취업에 성공해 신입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코로나가 발발한 지난 2020년 초부터 취업이 여의치 않아 취업 준비를 병행하며 쿠팡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로 '긱 워커'(Gig worker)로 일한 지 약 2년 만이었다. 그는 "1주일에 3일은 취업 공부와 자기계발에 매진하고, 나머지 2~3일은 물류센터에서 일하며 생활비 등을 벌었다"며 "쿠팡에서 경제활동이 새로운 꿈을 키우는 밑바탕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쿠팡 물류센터에 취업해 장기간 근무하며 커리어를 쌓는 직원들도 많다. 쿠팡의 상용직으로 취업한 이후 센터의 매니저 등으로 커리어를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작용한다. 쿠팡의 로켓배송이 매년 고속성장하는 것처럼, 물류산업도 최첨단 IT산업 기술과 연계해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인만큼, 물류 현장에서 쌓는 커리어를 중요하게 보는 청년들도 많다.

실제 쿠팡은 지역 대학들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20대 학생이 졸업 직후 입사가 가능한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 전주대와 군산대, 인천 재능대,인제대 등 여러 지역들이 쿠팡과 파트너십을 맺고 '쿠팡의 이해' '스마트 물류학과' 같은 수업을 개설하고 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에서 일하는 윤여진씨는 대만에 수출하는 상품 공정을 담당하는 관리자(캡틴)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대학 졸업 한학기를 남기고 쿠팡의 정규직 사원이 됐다. 물류에서 가장 앞서가는 회사에 취업하게 됐다"고 했다.

물류업계에서는 쿠팡의 지방 고용이 청년들의 서울 및 수도권으로의 이탈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3~2023년 10년간 서울로 순유입(전입-전출)한 20대 청년(20~29세)은 38만6천731명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부산·광주·대전·울산·경북·충북·충남 7개 지역의 20대 청년 순유출 인구는 27만2천233명에 이른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쿠팡 고용 인력이 늘면서 지방 물류센터나 배송캠프에 취업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갖는 가정들도 늘고 있는 추세"라며 "수도권으로 청년층이 이탈하고 저출산이 심각해지는 지역에 쿠팡의 투자계획이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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