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문 전 대통령 딸 책 디자인비 2억원 수령, 납득할 수 있나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 집과 별장에 대한 압수수색(押收搜索) 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뇌물 수수 피의자'로 적시하면서 '경제공동체' 논란이 뜨겁다. 검찰은 타이이스타젯 실소유주로 알려진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대가로 다혜 씨의 전 남편 서 모 씨를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취직시켰다고 의심하며, 서 씨에게 지급한 급여와 주거비 등 2억2천여만원을 문 전 대통령에게 준 뇌물이라고 본다. 문 전 대통령이 다혜 씨 가족의 생활비를 지원해 오다가, 사위가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해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딸에 대한 지원을 끊었다면 문 전 대통령이 경제적 이익을 얻었으므로 뇌물이라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의 옛) 사위가 월급 받은 걸 어떻게 책임을 지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진짜 경제공동체는 윤석열 대통령과 장모"라고 주장했다. 김건희 여사 일가가 경기도 양평에 땅을 가지고 있는데, 그 근처로 고속도로 계획이 있었다는 논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현된 이익과, 실현되지도 않았고 실현되더라도 이익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를 일을 동급으로 언급한 것이다.

다혜 씨의 전 남편 서 씨가 받은 월급과 별개로 검찰은 다혜 씨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출처 불명의 입금 내역(內譯)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 돈은 문 전 대통령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을 펴낸 출판사가 다혜 씨에게 보낸 돈이다. 해당 출판사 관계자는 이 돈 가운데 2억원은 다혜 씨가 책 디자인 편집에 참여한 비용이고, 5천만원은 빌려준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출판사가 외부 디자이너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상식과 거리가 멀다. 게다가 다혜 씨는 일본어 가이드, 인터넷 쇼핑몰 운영, 요가 강사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책 디자인을 했다니 놀랍다. 더 놀라운 것은 책 표지 디자인 비용으로 출판사가 2억원을 지불했다는 점이다. 2억원은 인세(印稅)를 아주 높게 책정하더라도 10만 권을 팔아야 저자(著者)가 받을 수 있는 액수다. 하물며 저자 인세가 아닌 디자인 편집비로 2억원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힘들다. 일반적으로 자서전이나 수필 책 디자인 비용이 50만~300만원임을 고려하면 다혜 씨가 받은 금액은 아마도 이 분야(자서전 또는 수필 출판) 세계 최고(最高) 액수일 것이다. '경제공동체'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정숙 여사가 친구를 통해 다혜 씨에게 현금 5천만원을 송금한 것이나 다혜 씨가 청와대 직원들과 금전 거래를 한 것에 대한 의혹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해수부 공무원 월북 조작, 국가 통계 조작, 탈북민 북송 사건, 탈원전 등 유독 문재인 정권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늦어지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葛藤)이 깊어지고 있음을 검찰과 법원은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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