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추석 응급의료 문제 없다지만, 국민은 불안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와 지자체들이 추석 연휴 의료 특별 대책을 마련했다. 비상 진료 대응 일일 브리핑도 시작했다. 정부는 2일 병원 응급실 진료 차질(蹉跌) 지적에 대해 "일부 어려움은 있지만 붕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국 응급의료기관 409곳 중 99%인 406곳이 24시간 운영을 유지하고 있고, 병상을 축소 운영하는 곳은 6.6%(27곳)라고 밝혔다. 또 응급실의 전문의 인력은 지난해보다 5% 증가했다는 것이다.

정부 설명만 들으면 불안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온도(體感溫度)는 다르다. 전공의 이탈로 응급실 근무 의사 수는 예년의 74% 수준이다. 57개 대학병원 응급실 중 분만이 안 되는 곳은 14개, 흉부대동맥 수술이 안 되는 곳은 16개, 영유아 장폐색 시술이 안 되는 곳이 24개다. 또 의사 부족에 따른 배후 진료(응급실 치료 후 진료) 차질도 겹쳐 진료 공백은 커지고 있다.

정부는 4일부터 의사가 부족한 응급실에 군의관·공보의 250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런 돌려막기로 진료 차질을 얼마나 줄일지 의문이다. 또 추석 연휴 동안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250% 가산(加算)하는 대책을 내놨다. 가격을 올려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의료 서비스는 대체 가능한 소비재가 아니며, 실손보험 가입자가 많아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명절엔 아프면 찾아갈 곳이 응급실밖에 없다. 정부는 추석 비상 응급의료 체계가 원활(圓滑)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와 의사들이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국민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추석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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