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 "내 취향 빈티지 숍 찾아 투어하고 백화점 팝업까지" MZ, 빈티지에 푹 빠졌네!

깔끔하게 옷 진열하는 요즘 빈티지 숍…SNS 등으로 마니아층 확대
환경과 지속가능한 패션 관심… Y2K 열풍으로 희귀한 옛날 옷 수요 ↑
취향 맞는 빈티지 숍 찾아 전국 빈티지 투어하기도
주말&팀의 빈티지 숍 체험기…대구 빈티지 숍 소개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있는 창고형 빈티지 숍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있는 창고형 빈티지 숍 '빈티지 하우스 스토어'

낡고 먼지만 나는 구제 옷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판매하던 빈티지 숍은 잊어라. 퀴퀴한 냄새가 진동할 것 같던 빈티지 숍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과 달리 깔끔하게 옷을 진열하고 피팅룸까지 있는 등 일반 의류 매장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깔끔하다.

매장 콘셉트도 감각적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남성 패션 세컨핸즈 숍은 카페를 겸한다. 내부는 영국의 한 고급 의류 매장을 찾은 것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역시 신발과 옷이 깔끔하고 정갈하게 진열돼 있어 구제가 아니라 새 상품을 판매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빈티지의 유행은 MZ들이 이끌고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고 패션 카테고리의 유료 거래액은 약 6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 성장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용자 78%가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MZ 따라 진화하는 빈티지

빈티지 숍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마니아층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제는 마이너한 감성에 아는 사람만 찾는 소규모 빈티지 숍이 아니라 대형 창고형 빈티지 숍에도 수요층이 몰린다.

창고형 빈티지 숍으로 유명한 비바무역은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하면 '역대급' 매출을 찍는다. 지난해 6월 신세계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에 팝업을 연 비바무역은 일주일 정도의 팝업 기간에 총 5억원이란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광주 신세계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오픈 3일 만에 매출 목표액 250% 달성했다.

세상에 단 한 벌밖에 없다는 희귀함이 개성을 중시하는 MZ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 'Y2K'와 '그랜마(그랜파)코어룩' 등 2000년대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과거에 생산된 옷들이 급부상하게 된 것.

윤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가치 소비' 트렌드의 확산도 영향을 미쳤다. 옷을 만드는 과정이 환경 파괴적이고, 그렇게 만들어져서 쉽게 버려지는 방대한 양의 의류가 또다시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생긴 것이다.

대구의 한 빈티지 숍에서 만난 김진아(32) 씨는 "의류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걸 약 5년 전쯤 알게 돼서 그때부터 구제 숍이나 남이 입다가 안 입는 중고 옷을 사고 있다"며 "재봉틀도 만질 수 있어서 직접 수선해서 입기도 하고 중고 옷 원단으로 다른 옷을 만들어서 입기도 한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소비를 돕는 옷장 정리 애플리케이션인 '에이클로젯'도 인기다. 자신의 옷장 속 옷을 한 벌 한 벌 찍거나, 판매 사이트를 캡처한 사진을 올리면 어플이 알아서 아카이빙을 해준다. 갖고 있는 옷들을 잘 활용하면서도 비슷한 옷은 사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호응을 얻고 있다.

온라인 동묘
온라인 동묘 '에이클로젯' 어플은 자신의 옷장 속 옷을 한 벌 한 벌 찍거나, 판매 사이트를 캡처한 사진을 올리면 어플이 알아서 아카이빙을 해준다.

◆예쁜 옷 저렴하게…뿌듯함은 덤!

지난달 30일 오전,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있는 '빈티지스토어하우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주말& 팀 이연정·최현정·한소연 기자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나왔다. 2~3층 높이의 공장형 컨테이너 건물을 가득 채운 옷들 때문이다.

규모보다 더 놀라운 것은 옷걸이에 색깔별, 종류별로 가지런히 진열돼 있는 수많은 옷이었다. 구제 숍이 아니라 새 옷을 파는 일반 의류 매장같이 깔끔했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있는 창고형 빈티지 숍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있는 창고형 빈티지 숍 '빈티지 하우스 스토어'에는 수 많은 옷들이 옷걸이에 색깔별, 종류별로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있는 창고형 빈티지 숍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있는 창고형 빈티지 숍 '빈티지 하우스 스토어'에는 수 많은 옷들이 옷걸이에 색깔별, 종류별로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이곳의 장점은 쾌적함이다. 기존 빈티지 숍은 구제 옷 특유의 약품 냄새가 나서 잘 안 가게 됐는데 도심에선 잘 볼 수 없는 대형 도소매 창고형 매장이라 그런지 환기가 잘 되는 듯했다. 또 평일 오전이라 붐비지 않는 환경이었다. 잘 탐색하다 보면 좋은 물건을 건질 수 있겠는걸!

바구니를 들고 입장했다. 이곳은 최소 옷 무게 1kg부터 구매할 수 있다. 1kg당 2만9천원이고, kg에 비례해 가격이 매겨지는 시스템이다. 매장에 저울이 놓여있어 무게를 체크하며 쇼핑할 수 있다. 프리미엄 코너의 명품 브랜드 구제 옷들은 별도의 가격표가 붙어있다.

'이렇게 많은 옷 중 내 스타일 하나쯤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옷 발굴(?)에 나섰다. 옷들도 깨끗하고 심지어 향기도 났다. '어, 이 체크 셔츠 이거 내가 안 입는다고 버렸던 옷이랑 비슷한데?' 다시 보니 예뻐 보이는 매직! 피팅룸도 넉넉하게 있어 하나씩 입어볼 수도 있다. 피팅할 수 있는 옷 수량은 무제한.

이곳은 최소 옷 무게 1kg부터 구매할 수 있다. 1kg당 2만9천원이고, kg에 비례해 가격이 매겨지는 시스템이다.
이곳은 최소 옷 무게 1kg부터 구매할 수 있다. 1kg당 2만9천원이고, kg에 비례해 가격이 매겨지는 시스템이다.

옷들을 둘러보다 보니 나를 스쳐 간 수많은 옷들이 생각났다. 멀쩡한데 유행 지났다고, 조금만 수선하면 되는데 뜯어졌다고 의류 수거함에 처박힌 불쌍한 나의 옷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나만 그런게 아닐 텐데, 하루에도 버려지는 수만 가지 옷들은 어떻게 처리되는 걸까.

역시 탄탄한 옷을 사서 오래 입는 것이 환경도 생각하는 건강한 선택이다! 옷 안쪽에 있는 택까지 확인하며 좋은 소재의 옷을 고르기 시작한 주말& 팀. 면이나 실크 등 자연에서 온 소재가 폴리에스테르, 아크릴, 나일론 같은 인공 소재보다 옷의 흐트러짐이 덜해서 오래 입을 수 있단다. '음, 이건 아크릴 60%에 폴리 40%인 옷이군. 패스!'

한 시간 반 동안 치열하게 옷을 발굴한 세 명의 기자. 이 기자는 가을을 대비해 맨투맨과 니트, 원피스 두 벌을 구매했다. 최 기자는 요즘 유행하는 축구 저지류의 스포티한 상의를, 한 기자는 면 100% 소재의 탄탄한 블랙 블라우스와 체크 셔츠를 선택했다. 총 일곱 벌의 가격은 5만4천원! 한 기자는 별도로 버버리 코트를 5만3천원에 득템했다.

한 벌에 9천원 꼴로 이렇게 새 옷 같은, 짱짱한 상태의 옷을 살 수 있다니. 내가 사지 않았으면 이 옷들은 또 쓰레기가 돼 환경을 해쳤겠지? 생각 없이 옷을 버렸던 것에 대한 죄책감이 조금 덜어지는 듯했다. 돈도 아끼고, 환경도 지킬 수 있는 빈티지 숍에서 의외의 뿌듯함을 한껏 느끼고 돌아왔다.

총 일곱 벌을 고른 주말&팀. 가격은 5만4천원이었다.
총 일곱 벌을 고른 주말&팀. 가격은 5만4천원이었다.

참고로 이곳은 안 입는 옷을 들고 오면 캐시백으로 환급을 받을 수 있다니 참고하시라. 네이버 예약을 통하면 창고에 쌓여 있는 옷 산 '마운드'에도 입장해 직접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를 수도 있다고 한다.

다만 옷 먼지로 괴로울 수 있으니, 마스크를 꼭 끼고 가길 권한다. 또 무게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무게를 채우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니 지인과 함께 방문해서 합산해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가볍게 가볼까…대구 동성로 빈티지 숍들

대구 동성로에도 감각적인 빈티지 숍이 즐비하다. SNS 상으로 유명해 빈티지 숍 투어로 많이 찾는다는 매장을 추려 직접 찾아가 봤다. 그중 몇 개를 추천한다.

에이라이브에서 손님이 옷을 보고 있다.
에이라이브에서 손님이 옷을 보고 있다.

▷에이라이브(중구 동성로3가 120)= 통신 골목에서 옛 대백으로 향하는 길,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동성로 메인 스트리트와 가깝다 보니 빈티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도 기성복 가게처럼 편하게 찾는 고객들이 많다는 것이 직원의 설명. 무난한 브랜드 의류들부터 일본,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 등 마니아층이 찾는 의류까지 구비해놓고 있다고.

쿠로마메는 일본 느낌의 의류를 파는 빈티지 숍이다.
쿠로마메는 일본 느낌의 의류를 파는 빈티지 숍이다.

▷쿠로마메(중구 동성로1길 46-18)= 주택 집을 개조한 듯한 가게에 들어서니 기분 좋은 향기가 코를 감싼다. 여기가 한국이야, 일본이야? 쿠로마메는 일본 느낌의 의류를 파는 빈티지 숍이다. 높은 품질의 상품을 깔끔하게 진열해두고, 피팅룸도 마련해 젊은 층의 취향에 맞춘 것이 특징. 기자가 찾은 날도 개성 있는 패션의 고객들이 옷을 고르고 입어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7천명이 넘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대구 대표 빈티지 숍 중 한 곳이다.

리고는 2000년대 초 교동에 문을 연, 대구에서 제일 오래된(사장님 피셜) 빈티지 숍이다.
리고는 2000년대 초 교동에 문을 연, 대구에서 제일 오래된(사장님 피셜) 빈티지 숍이다.

▷리고(중구 삼덕동1가 12-4)= 2000년대 초 교동에 문을 연, 대구에서 제일 오래된(사장님 피셜) 빈티지 숍이다. 고등학생이었던 손님이 근처에 빈티지 숍을 차리기도 할 정도로, 대구 빈티지 숍의 대부격인 셈. 3년 전쯤 동성로로 옮겨온 리고의 특징은 좋은 브랜드만 비싸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중저가의 의류와 가방·신발·벨트·모자 등 소품들도 취급한다는 것. 최근에는 중·고등학생들도 빈티지 숍의 매력에 푹 빠져, 다양한 연령대가 찾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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