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금개혁 골든타임 흘러간다…이번 국회서 끝내라

보혐료율 9%→13% 단계적 인상 정부 개혁안 발표
연령별 차등 '더 내는' 개혁에 방점…소득대체율 42%로 유지
기금 소진 16~32년 늦추는 중대한 결정 '법안 통과' 시켜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3%까지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모든 세대가 제도의 혜택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하루빨리 연금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4일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심의해 확정했다. 마지막 국민연금 개혁은 2007년이었다. 정부가 개혁안을 내놓은 것은 17년 만이다. 이로써 21대 국회 막바지에 좌초된 연금개혁 논의에 정부가 다시 불씨를 지폈다.

복지부에 따르면 1998년 9%가 되고서 26년째 같은 수준인 보험료율은 13%로 인상한다.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었던 소득대체율은 42%로 상향 조정했다. 보험료를 더 많이 내지만, 노후 소득도 그만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보험료율은 가입자의 월소득(기준소득월액) 중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는 비율이다. 이번 안을 보면 똑같이 4%를 인상하더라도, 50대는 매년 1%포인트(p)씩 4년에 걸쳐 올리고, 20대는 0.25%p씩 16년 동안 상향 조정한다. 젊은 층일수록 보험료를 내야 할 기간이 길고, 부담도 높은 점을 고려했다.

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소득(평균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로, 연금의 소득 보장 수준을 의미한다. 연금개혁에서 논의되는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을 전제로 하는 명목 소득대체율이다. 명목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때 70%로 높게 설계됐지만, 2008년 50%로 낮아지고서 매년 0.5%p씩 내려갔다. 올해 명목 소득대체율은 42%인데, 정부안은 이를 더 낮추지 않고 유지하겠다는 내용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개혁안 핵심은 모든 세대가 제도의 혜택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을 높인 것"이라며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해 국민의 노후 생활을 더 튼튼히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세밀히 검토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1천36조원에 달하는 기금 운용 수익률도 1%p 이상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또한 인구구조 변화, 경제 상황 등과 연동해 연금 지급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가입률을 높이고자 군복무·출산 크레딧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군복무 크레딧은 군 복무자에게, 출산 크레딧은 출산 시 가입 기간을 추가로 얹어주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정부안이 국회에서 받아들여져 내년 시행되면 보험료율은 27년 만에 인상되며, 명목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이후 처음으로 하향 조정을 멈추게 된다. 아울러 연금 부실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재대로라면 2056년에는 연금 기금이 소진되지만, 개혁이 이뤄지면 소진 시점을 짧게는 16년에서, 길게는 32년까지 늦출 수 있게 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부안이 발표되자 입장문을 내고 "여야가 합의하는 모수 개혁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동시에, 내년 정기국회까지 반드시 1단계 구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이 필요하다"면서 야당을 향해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차대한 연금개혁을 정쟁으로 몰고 가는 최악의 수를 두지는 않을 거라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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