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후 소득 강화보다 '재정 안정'…여건 변화따라 수급액 조정

수지 적자·기금 소진 늦추려 연금액 '자동조정장치' 도입
소득대체율 소폭 상향 그쳐 일각선 "보장성 낮춘다" 우려

4일 오후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계획 발표 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4일 오후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계획 발표 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정부가 4일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 인구·경제 여건의 변화에 따라 연금 급여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인구·경제 여건 변화로 재정 상황이 안 좋아지면 연금 수급액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인 만큼 보장성 강화보다는 국민연금 기금의 '재정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4일 국민연금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자동조정장치란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 등과 연동해 연금액 등을 조정하는 장치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거나 연금 부채가 자산보다 커질 경우, 출산율이 감소하거나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면 재정 안정을 위해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식이다.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24개국이 자동조정장치를 운영 중이다.

일본은 연금액을 기대수명 연장과 출산율 감소에 연동해 삭감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 스웨덴은 기대수명이 늘어나면 연도별 연금 지급액이 축소된다. 또한 연금 부채가 자산보다 커지면 균형재정을 달성할 때까지 지급액을 줄인다.

독일에서는 경제활동인구와 연금 수급자 규모의 변화에 따라 급여 수준과 보험료율을 자동 조정한다. 핀란드는 기대 여명이 증가하는 만큼 연금액을 조정하고 있다.

이번 정부안처럼 모수 개혁을 통해 보험료율을 13%, 소득대체율을 42%로 올리면 수지 적자와 기금 소진 시점은 각각 2054년, 2072년으로 미뤄지고, 연금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보다 많을 때인 2036년에 자동조정장치가 발동되면 수지 적자 시점은 2064년으로, 기금 소진 시점은 2088년으로 늦춰진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개혁안을 두고 보장성 강화와 재정 안정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여야는 보험료율 인상에는 뜻을 모았지만, 소득대체율 수준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었다.

이번에도 보장성을 의미하는 모수인 명목 소득대체율이 40%까지 낮아지게 돼 있는 것을 42%에서 제동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지난해 국회 연금개혁특위에서 시민평가단의 다수가 찬성했던 50% 상향 조정안에는 한참 못 미친다. 여기에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사실상 보장성을 낮추는 의도로 보는 시각도 많다.

당장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300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의 정용건 집행위원장은 "보장성 면에서 국회 공론화 과정에 비해 턱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가입기간이 짧은 것을 고려한) 실질 소득대체율은 32.9% 수준인데, 보장성은 눈곱만큼 해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후년부터는 선거가 계속 이어지니 올해가 미래세대를 위해 연금개혁을 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올해 정기국회에서 합의가 안 되는 것은 부대의견으로라도 남겨놓더라도 (합의)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연금개혁안 주요 내용(종합)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정부는 4일 올해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해 \
[그래픽] 연금개혁안 주요 내용(종합)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정부는 4일 올해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연금개혁 추진 계획\'을 확정하고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명목소득대체율을 42%로 상향 조정할 계획을 밝혔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X(트위터) @yonhap_graphics(끝)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