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국민의힘은 정부의 의료 개혁에 대해 "냉정한 실태 파악과 융통성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혜란 대변인은 "의료 개혁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 위기 상황으로 적시(適時)에 진료받지 못해 국민이 생명을 잃는다면, 결국 의료 개혁이 성공한다고 한들 그 국민이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식 회담을 했다. 양당은 공동 발표를 통해 "추석 연휴 응급의료 체계 구축에 만전(萬全)을 기할 것을 정부에 당부하고,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땅한 조치다. 진작 그랬어야 했다. 의료 개혁이 중요하나, 당장의 의료 공백에 따른 국민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그게 정치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인식(認識)은 다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의료 공백 관련 질문에 "의료 현장을 한 번 가 보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현장에 가면 비상 진료 체계가 원활하게 굴러가 아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귀를 의심하게 하는 말이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응급의학과 의사와 의대 교수들이 "정부가 응급의료 위기라는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니 그들은 대통령 표현대로 '의대 증원에 완강히 거부하는 분들'이니, 그렇다 치자. 그럼 국민들은 어떤가. 수술과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해 고통받는 이웃들이 숱하다. 언론에 보도되는 '응급실 뺑뺑이'는 사태의 단면(斷面)에 불과하다.
대통령 기자회견이 있던 날, 국민의힘 연찬회(硏鑽會)가 열렸다.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정부 관계자들이 의대 증원 계획을 재확인하자 "당신들 보고와 달리 의료 현장은 어려워하고 있다"며 "결사 항전인 전공의를 복귀시킬 복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주호 부총리는 "6개월만 버티면 우리가 이긴다"고 했다. 진중(鎭重)하지 못한 답변이다. 여기서 '우리'란 누구일까? 그것은 정부이지 국민은 아닌 것으로 들린다. 국민들은 지난 6개월도 고통스러웠다. 의정(醫政) 갈등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다. 추석 연휴가 걱정이다. 명절 연휴엔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평소보다 2배 많다.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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