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주당에 사법(司法)은 상대를 찌르고 나를 지키는 수단인가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 수사를 두고 "배은망덕(背恩忘德) 수사, 패륜(悖倫) 수사"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 가족 수사는 정치 보복 수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무슨 불이익을 줬거나 피해를 줬거나 했을 경우에는 앙심을 품고 보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이 윤 대통령을 당시) 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까지 승진시켰더니 지금 수사하고 있다. 배은망덕, 패륜 수사"라는 것이다. 사법(司法)을 법률에 따라 이루어지는 작동이 아니라 개인적 원한이나 은혜(恩惠)에 따라 실행되어야 하는 '정치 보복' 또는 '보은(報恩)' 행위로 본다는 말이다. 사실 문 전 대통령 가족 관련 수사는 2020년 9월 고발된 것으로 검찰 수사가 너무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심 검찰총장 후보자를 향해 "제가 보기에 후보자는 총장이 되려고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사건,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을 잘 처리하겠다'고 맹세했으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마음속도 모르면서 그렇게 확신하는 것을 보면 자신은 자리를 얻기 위해서 '충성 맹세'를 곧잘 해 왔던 모양이다. 이건태 의원의 사고방식 역시 범죄와 수사를 법률에 따른 작동이 아니라 '피아(彼我)간의 싸움'으로 여기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검사장 출신인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검사 기피 제도'를 도입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검사 기피 제도 법안은 18대 국회, 19대 국회,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됐다. 피의자나 피해자가 검사 기피 신청을 잇따라 할 경우 수사·재판 지연에 따른 피해가 쌓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게다가 정치인들이 검사 기피 제도를 이용해 '방탄'에 나설 가능성도 매우 높다.

우리나라 현행법이 법관에 대해서만 제척, 기피 사유를 규정하고, 검사에 대해 기피 제도를 채택하지 않는 것은 검사와 피고인은 대립하는 당사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사와 기소,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검사가 피고인과 대립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봐주기 수사'이고 '사법 농단'이다. 그럼에도 이성윤 의원이 검사 기피 제도를 발의한 것은 '우리 편 검사를 찾아내 수사받겠다'는 말이며, 합법적으로 사법을 농단(壟斷)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을 상대를 살상(殺傷)하는 수단이자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상대편 의혹에 대해서는 검사 수십 명을 동원해 훑으면서, 자신들에 대한 수사는 '배은망덕' '정치 보복'이라고 여길 리 없고, 검사를 골라 가며 수사받겠다고 할 리도 없을 것이다. 어느 편이냐에 따라 수사하거나 하지 말아야 하고, 죄의 크기와 무관하게 어느 편이냐에 따라 중형을 내리거나 가벼운 형을 내려야 한다면 그것은 법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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