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 수련병원들이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함에 따라 전공의들은 이제 수련하던 병원과 공식적으로 이별한 상태가 됐다. 이들은 병·의원 등의 일반의가 필요한 일자리를 알아보고는 있지만 구인구직 과정이 녹록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5일 대구 시내 수련병원 출신 전공의 A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 자신의 거취를 정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사직서가 처리된 뒤 갈 곳이라고는 일반의 면허를 받아줄 수 있는 의료계열 직장 뿐인데 이를 구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한다. 게다가 다른 또래 청년들과 달리 의학 분야 공부만 했는데 이제와서 다른 분야 공부를 하는 것 또한 쉬운 선택은 아니기에 어떻게 자신의 앞날을 정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A씨는 토로한다. A씨는 "아마 대부분의 전공의들이 운 좋으면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미용의료 분야나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등 일반의 면허를 받아주는 병·의원을 알아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자신이 근무했고 가고싶어했던 필수의료 분야로 다시 돌아가기는 망설여진다. A씨는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했던 전공의들 대부분이 '선한 의도를 말해도 세상은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필수의료 분야에 우리가 헌신해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그래서 일했던 분야에서 채용 연락이 와도 선뜻 응하기가 겁난다"고 털어놨다.
대구시의사회를 포함한 개원의들은 사직한 전공의들의 일자리를 주선해 주고 있다. 대구시의사회는 홈페이지에 있는 구인구직란을 적극 활용해 사직 전공의의 취직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갑자기 인력이 쏟아져 나온 탓에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다. 일부 병·의원에서 채용을 하지만 이 또한 전공의들을 제자로 둔 대학병원 교수들이 동료 개원의들에게 거듭 통사정하면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적극적으로 전공의를 채용한 곳도 있다. 대구 시내 한 종합병원은 이달 초 사직한 전공의 8명을 채용했다. 채용된 이들은 병원 안에서 전문의의 수술이나 진료를 돕고 병원 내 학술 컨퍼런스 참여도 하는 등 수련병원에서 일할 때와 거의 비슷한 일을 하게 된다.
이 종합병원의 병원장은 "전공의를 채용하기로 한 건 현 의정갈등 사태에서 생계가 곤란해진 전공의들을 경제적으로 돕기 위함과 동시에 선배 의사로서 책임감도 작용했다"며 "물론 인건비나 근무 공간 확보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지만 선배 의사로서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병·의원은 "채용돼도 걱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들이 쉬던 약 6개월 기간 동안 배웠던 의료 술기들이 전공의로 근무할 때만큼 쉽게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문의가 아닌 탓에 아무리 외래진료를 도와준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전문의가 나서야 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향후 의료현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제자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 힘든 곳으로 취직해야 한다는 게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의료가 내리막길을 걷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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