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민의 새론새평] 반부패 개혁 없이 미래 없다

김종민 변호사(S&L 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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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전 국회의원은 경남지사 시절인 2011년 7천887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김 전 의원 아들은 그해부터 2016년까지 영국에 유학했고 딸도 그 무렵 중국에 유학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2017년 4억3천445만원, 2019년 6억4천945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딸이 학비만 연 1억원 정도 든다는 미국 시카고 아트스쿨에 유학했다.

유학 시절 명품을 걸치고 해외 유명 관광지를 다니며 찍은 사진으로 논란이 된 바도 있다. 황희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매월 생활비로 60만원을 쓴다고 하면서도 본인과 가족 명의 계좌 46개를 보유하며 빈번한 해외여행과 자녀를 매 학기 2천만원이 넘는 외국인 학교에 보낸 사실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났다.

낡은 서류 가방으로 유명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2017년 공정거래위원장 청문회 당시 17억1천356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퇴임 후 공개된 2020년 말 재산은 본인과 배우자의 예금 13억9천80만원을 포함해 24억3천만원이다. 공직 생활 3년 7개월 동안 8억6천125만원의 예금이 늘었는데 생활비를 제외하고도 매월 2천만원의 예금이 증가한 셈이다.

주식 투자나 임대 수익 등 정당한 수입원이 없다면 국민들은 재산 증식 경위에 합리적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고위공직자의 재산이나 자녀의 유학 자금 출처는 사생활 보호 영역이 아니다. 신고한 재산만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는 고위공직자의 부패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를 둘러싼 제주도 별장 매입과 출판사 등으로부터의 거액 송금 내역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본인은 "대통령 가족은 건드리는 것 아니다"며 항변하고 있고 야당 의원들도 앞다투어 정치 보복이라며 방어막을 치고 있지만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는 정의와 법 앞의 평등 차원에서 어떤 예외도 있을 수 없다.

문제는 허술하고 낡은 우리의 반부패 제도다. 3만원짜리 식사를 해도 되는지 시끄러웠던 김영란법이 2015년부터 시행됐지만 부정 청탁과 부패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는 증거는 없다. 부패 범죄를 효과적으로 수사하겠다며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3년간 600억원의 예산만 낭비하다가 정치적 수사기구로 변질됐다.

프랑스는 2006년 형법 제321-6조를 신설해 부패 범죄자의 입증 책임 전환 규정을 도입했다. 가족과 측근 등 부패 혐의자와 '일상적인 연관 관계'(relation habituelle)에 있는 자가 본인 재산의 자금 출처를 소명하지 못하거나 허위의 자금 출처를 제공 또는 은닉할 경우 3년 이하 구금형으로 처벌한다.

프랑스라면 김두관 전 의원이나 임종석 전 실장의 자녀들은 유학 자금 출처를 본인이 직접 소명해야 하고 소명하지 못하면 그 자체로 처벌되는 것이다. 프랑스 형법 제432-15조의 '공공재산 유용죄'도 부패와 관련해 중요하다. 공관 등 공적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할 공공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일체의 행위를 10년 이하 구금형과 100만유로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가족이 청와대 관저에 입주해 살았던 것이나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자녀 가족이 공관에 거주했던 것은 프랑스라면 전부 공공재산 유용죄로 처벌 대상이다. 도지사 부인이 경기도 법인카드로 초밥과 소고기를 사 먹은 것도 마찬가지다.

부패는 국가와 사회를 무너뜨리는 공동체의 적이다. 김영란법의 교훈은 제도가 중요하지만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효과적이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반부패 제도는 이미 선진국에 널리 도입되어 있다. UN과 OECD 등 국제기구에서도 반부패 제도의 국제 표준을 만들어 권고하고 있다.

법과 질서의 확립은 국가의 기본이다. 부패 문제의 예방과 처벌에 손 놓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직무 유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선출된 도둑들'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기지 않으려면 효과적인 반부패 개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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