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식사비 한도가 3만원에서 5만원으로 늘어났지만 대구 지자체와 식당 등에서는 별다른 차이를 못 느낀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한도 상승이 '내수 활성화'라는 목적은 잃어버린 채 무용론만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27일부터 기존 3만원이었던 식사비를 5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시행했다. 식사비 3만원 기준이 지난 2003년 공무원 행동강령 제정 당시 정해진 금액인 만큼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법의 취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물론 지자체 공무원들도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의 경우 대부분의 식당이 1인 3만원을 넘지 않는 데다 코로나19 이후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외식문화가 바뀌면서 김영란법 식사비 한도와는 무관하게 불경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남구청 인근에서 샤브샤브집을 운영하는 김상덕(49) 씨는 "구청에서 손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러 자주 오지만 식사비 한도가 늘었다고 해서 매출이 차이가 나진 않는다"며 "매출이 늘려면 점심보다는 저녁에 술을 먹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데 코로나19 이후 술자리가 줄어든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북구청 인근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한 점주 역시 "식사비 한도가 늘었다고 해서 체감되는 것은 없다"며 어차피 구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그대로 일 텐데 식사비 한도 상승에 맞춰 괜히 음식 가격을 올렸다가는 손님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법은 바뀌었지만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 등은 아직 바뀌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이들도 있었다. 한 구청 공무원은 "각 구청별 회계과에 관련 질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훈령 등은 법에 따라 추후 바뀌겠지만 관련 예산이 증액되지 않는 한 이용하는 식당이 달라지거나 그렇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명절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상한이 15만원에서 30만원으로 한시적으로 늘어나면서 관련 추석선물 매출은 크게 증가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에 권익위는 지난 4일 "추석 명절 전후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직유관단체 등 각급 공공기관 소속 공직자의 공직자 행동강령 위반행위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여전히 공직자가 업무추진비를 멋대로 사용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사비 한도를 늘린 것은 사실상 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것"이라며 "향후에는 늘어난 식사비 한도를 핑계로 관련 예산이 증액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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