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재 시인' 이상의 필체 담긴 습작 노트, 세상 밖으로 나오다

일본어로 적힌 소설 등 23편 습작 담긴 70여 쪽 노트
원본 검증에 김주현 경북대 교수 참여…"자필서명 필체 근거"
문학 평론가 조연현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아
이달 28일, 국립한국문학관 전시 통해 대중에 공개

시인 이상의 유고 원본 속
시인 이상의 유고 원본 속 '불행한 계승'. 국립한국문학관 제공

스물여덟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1910-1937)의 유고(遺稿) 노트 원본이 최초로 공개됐다. 이상의 일본어 필체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원본으로 소설 '공포의 기록' 등 총 23편의 습작이 담긴 70여 쪽의 노트이다.

국립한국문학관은 5일 문학평론가 고(故) 조연현의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이상의 유고 노트가 원본임을 밝혔다.

조 평론가는 1960년 당시 학생이던 이연복으로부터 '이상 유고' 노트 뭉치를 전달받아 '현대문학'과 '문학사상'에 김수영, 김윤성, 유정의 번역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원본 실물과 원문이 공개된 바 없어 번역 이전의 원문을 알고자 했던 연구자들이 애타게 찾던 자료였다. 조 평론가가 작고한 1980년대 이후 종적이 묘연하다가 이번에 그 실물이 공개된 것이다.

국립한국문학관은 "문예지 '현대문학'을 창간한 조 평론가의 소장 자료에는 문인들의 편지, 원고 등이 많았고 '이상 유고'도 그 속에 있었다"라며 "조 평론가의 사후 유실됐다가 유족이 우여곡절 끝에 다시 찾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자료의 원본 검증 여부는 이상 전문 연구자인 김주현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함께 진행됐다.

유고 원본 속 이상 자필서명
유고 원본 속 이상 자필서명

김 교수는 "이상의 일본어 필체가 남아있는 자료가 많지 않아 '전원수첩' 속표지에 자화상과 함께 쓴 글, 카페 '낙랑파라'에 남긴 낙서 정도이다"라며 "다행히 이번 유고에 남아있는 이상의 자필서명 필체가 '전원수첩'에 실린 것과 동일하다"라고 근거를 밝혔다.

그밖에 이상의 아포리즘으로 알려진 정인택의 소설에 등장하는 "꿈은 나를 체포하라 한다, 현실은 나를 추방하라 한다"라는 문장이 자필로 유고에 남겨져 있는 점, 자신을 소설에 자주 등장시켰던 이상의 창작 스타일이 습작 '불행한 계승' 속 '상(箱)'이라는 인물로 나타난다는 점 등을 통해 유고가 원본임을 확정했다.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 관장은 "설립 이후 꾸준히 추진해온 한국문학 자료 발굴과 기증사업의 성과"라며 "위대한 작가의 원고 실물은 독자와 연구자 모두에게 문학적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한편, 이상 유고 원본은 이달 28일부터 열리는 국립한국문학관 소장 희귀자료 전시에서 대중들에게 첫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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