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적자 커지는 나라 살림, 큰 틀의 개혁이 필요하다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채무가 내년 900조원에 육박(肉薄)하고, 3년 뒤엔 1천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의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담긴 내용으로, 상당히 충격적이다. 적자성 채무는 국고가 부족해 빌린 돈인데, 국채가 대표적이다. 세수(稅收)가 넉넉하면 조금씩 갚아서 줄일 수 있지만 상황은 오히려 반대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도 무섭다. 애초 802조원으로 예상했던 내년 적자성 채무는 10% 이상 늘어난 883조4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027년엔 무려 1천24조원으로 예상된다. 전체 국가채무(1천277조원) 중 적자성 채무 비중(比重) 역시 내년에 70%를 넘긴 뒤 계속 높아진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적자 확대의 큰 이유다. 4대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을 받을 사람은 가파르게 느는데 낼 사람이 부족해 세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공적연금 지출액은 내년 85조4천억여원에서 2027년 100조원을 가뿐히 넘길 전망이다. 내년도 지출액 규모만 올해 대비 10% 이상 늘었다. 올해부터 5년간 매년 8% 이상 증가 폭을 예상하는데,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율(3%대), 즉 나라 살림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2.7배 속도로 연금 지출이 커진다. 의무 지출이어서 함부로 줄일 수도 없다 보니 해가 갈수록 나라 살림을 옥죄게 된다. 이자 지출 역시 큰 부담이다. 국고채 이자는 내년 25조5천억원에서 2028년 32조7천억원 등으로 연평균 10%씩 늘어난다.

예산에서 의무 지출 비중은 50%를 훌쩍 넘어섰고, 장기적으로 80%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예산 덩치가 아무리 커져도 법에 묶인 경직성(硬直性) 예산을 제외하면 쓸 돈이 없다는 말이다. 결국 빚을 더 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국민연금 개혁은 물길을 바꾸는 첫 삽이다. 정부 예산 운용의 큰 틀도 바꿔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빚더미 미래를 떠안기면서 국민연금, 건강보험 착실히 납입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가치관부터 인구·산업구조까지 격변하는데 제도들은 수십 년 전을 답습(踏襲)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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