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롯데그룹 출산장려 정책 무색…롯데마트, 임산부 직원 과도한 업무로 ‘조산’

임산부 직원, 부서이동 요청 했지만 묵살 당하며 근무하던 중 양수 파열

사진= 롯데마트
사진= 롯데마트

롯데그룹이 수년째 출산 장려 정책을 펴오고 있지만 정작 롯데마트에서는 임산부 직원이 과도한 업무로 인해 '조산'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6년 출산장려 일환으로 국내 대기업 최초 전 계열사에 남성육아휴직을 의무화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올해 역시 윤석열 정부 출산 정책 기조에 맞춰 세 자녀 직원에게 승합차량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는 등 출산장려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롯데마트에서는 이를 역행하는 문제가 발생해 그룹 차원의 정책이 계열사에는 제대로 미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마트 한 지점에서 근무하던 8개월 차 임산부 직원 A씨가 회사 측의 과도한 업무지시, 육체적 노동 강요 등으로 조산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임신 사실을 알게 돼 회사에 알렸다. 하지만 A씨가 속한 가공파트의 파트장은 "임산부라고 봐주지 않는다"고 말하며, 고중량 상품을 나르고 정리하는 물류 작업을 지시했다.

육체적 노동은 지속됐다. 결국 A씨는 하혈과 복통으로 인해 병원을 찾았고 '절박유산' 소견을 받아 4주간의 병가를 가졌다. 병가 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A씨는 '임산부는 부서이동을 할 수 있다'는 사내규정을 확인한 뒤 회사에 부서이동을 요청했지만 담당 매니저에게 "임산부라도 일 안 할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말까지 들으며 거절 당했다.

이후로도 명절 택배 상하차 등 고강도 업무가 이어졌고 육체적 한계를 느낀 A씨는 다시 부서이동을 요청했지만 또 거절 당했다.

결국 A씨는 근무 중 양수가 파열돼 27주 만에 아이를 조산하게 됐다. 조산으로 인해 아이는 약 100일간 중환자실에 있었으며 심장수술까지 받았다.

A씨는 고용노동부에 산업재해(산재)를 신청했고 근무 조건·환경과 피해에 대한 인과관계가 성립돼 산재 승인을 받게 됐다.

A씨는 익명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사내감사를 롯데마트 본사에 요청했으나,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올 수 있다는 회유도 받았다"며 "지역 내 소통담당은 임산부가 있는지도 모르고, 면담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출생시대, 임산부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며 "남성직원의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하는 롯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유감이다. 적극적인 감사가 이뤄지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마트 관계자는 "해당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고 내부적으로 철저하게 조사를 하고 있다"며 "여러가지 사실관계에 따라 중징계까지 고려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점검할 것이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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