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잇단 화재로 인해 우려가 커지는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를 위한 종합 대응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담긴 내용의 전체적인 방향성은 동의하나 일부 내용은 현실성이 낮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6일 정부가 확정 발표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보면 앞으로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을 사전에 인증하고, 배터리 제조사와 제작 기술 등 주요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다. 정부의 배터리 관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한국은 미국과 함께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차량 제작 기준을 정하는 자기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판매를 제작사 기준에 맞춰 허용하고 사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미국처럼 강력한 제품책임(PL)법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이 부분이 약하다 보니 내년 2월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 등에 대해 유럽처럼 국가의 형식승인제를 도입하기로 돼 있었고, 이를 4개월 앞당기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차량 제작사나 충전 사업자의 제조물 책임보험가입 의무화와 무상점검 등 사업자 책임 강화를 담았다. 그런데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실효성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제조물 책임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제조사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한세경 경북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대다수 전기차 화재는 실질적으로 충전기와 무관하게 일어난다. 극히 일부에서 기구부 접점 등으로 인한 누전성 화재가 발생하는 정도"라면서 "충전기 제조사가 제조물 책임보험에 가입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할 수 있으나 자칫 그릇된 인식을 더 경도시킬 우려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이번 대책에서 가장 의문을 보이는 지점은 배터리 안전을 실시간 진단하는 BMS(배터리관리시스템) 기능을 고도화하고, 소비자 사용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하는 이른바 '배터리 안전 진단 기능 강화' 부분이다.
정부는 BMS 기능 강화를 촉구하고 이상 발생을 ▷주의:정비 필요 ▷경고:제작자 긴급출동 ▷위험:소방출동 등 단계별로 표준화해서 소방과 연계하기로 했는데 실효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또 따른 전문가는 "이미 BMS는 제조사 입장에서 최선의 결과물로서 안전진단 기능이 내포돼 있다. 여기에 무언가 더하거나 업데이트를 해서 안전을 추가로 담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오히려 현실적인 방안은 제조사에만 안전관리기능을 맡기기보다는 BMS 데이터를 외부와 공유해 제조사 혼자만이 아닌 2중, 3중의 안전진단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도 "표준화를 시켜서 강제로 알람을 소방과 연계한다고 했지만 배터리의 이상지표는 물리적으로 손상이 보이거나, 연기나 불꽃처럼 외부적 현상이 없는 한 BMS 관측 결과만으로 획일적으로 표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상정도 판단은 진단 주체마다 지극히 정성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 기준을 계량화해서 표준화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스마트제어 충전기의 보급 확대는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다만 스마트제어 충전기는 데이터 수집 장치 역할에 그치므로 수집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이상감지를 수행하고 아파트 공동관제나 소방과의 연계 등을 시스템화하는 솔루션을 조속히 도입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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