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는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도박·스마트폰 등의 중독에 취약한 상태로 접어든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와 달리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면서 의지할 곳을 찾기 어려운 데다 학교 역시 경쟁의 장으로 탈바꿈한 탓에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는 뇌는 더욱 중독에 빠지기 쉬워질 수 있다.
대구시와 대구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대구스마트쉼센터는 6일 오후 대구정책연구원에서 '대구지역 스마트폰 과의존 및 도박 문제' 심포지엄을 열고 청소년 과의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심포지엄에서는 청소년이 중독에 빠지는 원인을 청소년 개인이 아닌, 뇌와 주변 환경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김붕년 서울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에 따르면 청소년기 뇌는 필요 없는 기능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전두엽이 얇아지는 '가지치기'를 겪는다. 문제는 가지치기 과정에서는 충동성과 주의력을 조절하기 어렵고, 결과 예측 능력이 상당히 저하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청소년의 뇌는 상당한 스트레스와 기능 저하를 겪지만, 청소년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도움을 줄 수 없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학교는 신체 활동을 멀리하고, 심각한 성적 경쟁을 부추기고 있어 뇌가 받는 스트레스가 극심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와 달리 서로 끈끈한 관계를 맺는 가정도 드물어서, 가족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어렵다. 그러니 판단 능력을 잃은 뇌는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게임이나 도박을 돌파구로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도박 중독으로 치료 중인 한모(16) 군은 도박이 아닌 다른 취미를 찾은 뒤에야 도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한 군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도박만큼 쉽게 돈을 벌 수 있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줄 알았다"며 "캠핑이나 운동으로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상담을 통해 배웠다"고 했다.
취약한 뇌가 중독에 빠지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가족 모두가 중독 과정을 이해하고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 교수는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하고 돌아와, 매일 한 시간가량 게임을 하는 것을 질타해선 안 된다. 무작정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기 전에, 아이가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가족들은 '숨통'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구시 역시 청소년이 도박과 게임에 빠지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박기환 대구시 정책기획관은 "성인 뿐만 아니라 청소년 역시 스마트폰을 필수적으로 소지하는 시대가 찾아오면서, 중독 문제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며 "시 차원에서 청소년 중독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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