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시간을 이기는 사람은 없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운명은 달라질 수 있을까? 그가 차고 있는 '대선 시계'는 고장 나지 않고 계속 작동할 수 있을까? 192석에 이르는 절대 의석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절대로 통과시키지 않지만 사법부는 국회 의석수를 존중하지 않는다. 김민석 최고위원이 연일 '계엄령 괴담' 확산에 몰두하고 있지만 여론은 관심이 없다. 대통령 탄핵 청원(請願)을 빌미로 한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탄핵 청문회'가 막말과 좌충우돌로 희화화되자 나온 정치 공세가 계엄령 괴담이다.

민주당의 모든 일정은 이 대표의 대선 출마에 맞춰져 있다. 의대 정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과 추석 민심도 이 대표의 관심 밖이다. 이 대표는 오로지 사법 리스크 회피(回避)와 조기 대선 실시를 위한 수순에 집중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차례 부결된 '해병대원 특검법'을 또 발의하고 '김건희 특검' 등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 탄핵안 발의를 위한 포석 외에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나 김 여사의 '명품 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김 여사에 대해 만장일치 '불기소' 권고 의견을 도출함에 따라 민주당의 특검 주장은 정치 공세로 끝나게 됐다.

이제 이 대표의 남은 카드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밖에 없다.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아직 대통령 탄핵안을 꺼내지 않은 민주당에 대통령 탄핵안 발의는 정국을 파괴하는 폭탄이 될 공산이 크다. 유시민과 김어준 등 '좌파 스피커'들이 대통령 탄핵을 선동(煽動)하고 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대통령 탄핵안 발의는 시간문제다. 민주당 안팎의 소문을 정리하면 탄핵안 발의는 내년 3, 4월경이 유력하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의혹 등 2건의 재판 1심 선고 공판이 오는 10월 열리고 2심은 내년 3월을 전후한 시점에 마무리될 것이다. 기대와 달리 1, 2심에서 유죄 선고가 나오면 이 대표는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사법 리스크가 대선 출마 기회를 빼앗아가기 전에 조기 대선을 치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 그 방식이 대통령 탄핵이다. 이 대표는 탄핵안을 처리한 후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대규모 군중 집회 등을 통해 자진 사퇴 여론으로 압박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잡았다. 물론 이 같은 방법은 이 대표 주변에서 흘러나온 정보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민주당의 '계엄령 괴담'은 이런 폭력적 대중 집회를 상정한 자작극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기승전탄핵' 전략은 성공 가능성이 아예 없다. 탄핵안 처리의 국회 의결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를 확보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고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認容)될 가능성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헌법재판소 마비설'도 검토하는 형국이다.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의 임기가 오는 10월 종료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회 추천 몫 후임 재판관 추천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헌재 마비가 장기화될 수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안 발의' 여부와 '헌재 마비설'을 괴담이라고 치부하고 있지만 박찬대 원내대표가 대표 연설을 통해 누설하듯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대표는 시시각각 압박해 오는 사법 리스크와의 '초 싸움'에 돌입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전에 대선이 실시될 가능성은 없다. '시간을 이기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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