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소규모 숙박시설이 화재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사상자 19명이 발생한 경기도 부천 호텔 화재 사고 이후 대구소방안전본부가 지역 내 숙박업소 80여곳을 대상으로 화재안전조사에 나선 가운데 실효성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동대구역 인근 모텔 밀집 지역. 지어진 지 20년이 넘은 4층 높이의 A모텔에서는 천장을 아무리 둘러봐도 스프링클러를 찾을 수 없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비상 탈출을 돕는 완강기 또한 없었고, 층별로 놓인 녹슨 소화기들은 사용연수 10년을 훌쩍 넘겨 무용지물이었다.
인근 모텔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5층 높이의 B·C 모텔의 경우 스프링클러 없이 완강기만 설치돼 있었다. 이마저 옆건물 외벽과의 거리가 약 50㎝에 불과해 화재 시 탈출할 공간이 부족해 보였다.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모텔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옛날 건물은 대부분 스프링클러가 없다. 우리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설치를 하고 싶지만, 설치 비용도 만만찮고 공사 중에는 영업도 하지 못한다. 불이 난다고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동부소방서가 '숙박시설 불시 화재안전조사'로 점검한 동구 신천동 숙박업소 두 곳도 객실 내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이들 역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규정이 생기기 전인 2003년에 준공된 건물들이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은 ▷완강기 줄·안전벨트 등 장치 보관상태 ▷완강기 지지대 및 고리 고정상태 ▷창문 개방 면적 등을 꼼꼼히 살폈다. 그 결과 숙박업소 한 곳은 일부 객실 완강기 팻말 부착을, 다른 한 곳은 간이완강기 고리 일부의 고정상태가 불안정해 보강을 권고 받았다.
이 밖에도 이들은 옥상으로 가는 비상계단과 출입문, 옥내소화전, P형 1급 복합식 수신기, 지하 펌프실 장치, 소방안전관리자 업무 수행 기록 서류 등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이날 조사에 나선 소방 관계자는 "점검 때마다 안전‧피난 기구 관리와 확충을 권고해도, 법적인 강제력이 없어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노후 건축물에 대한 화재 안전대책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정태헌 경북도립대학교 교수(소방방재과)는 "간이스프링클러는 1대당 200~300여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니 영세업체의 경우 지자체 지원을 통해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며 "비용 면에 있어 스프링클러 설치가 당장 어렵다면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 건물들을 대상으로 완강기 등 피난기구 사용법 교육 등 소방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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