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문 전 대통령 가족 혐의는 수사하지 않아야 법리에 부합하나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 가족에 대해 현 정부가 하고 있는 작태(作態)는 정치적으로 법리적으로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정치 탄압"이라고 했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일가(一家) 수사에 대응하겠다며 민주당에 '전(前)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설치했다. 문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나나 가족이 감당할 일이지만 당(黨)에 고맙게 생각한다. (검찰 수사에) 당당하고 강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비위(非違)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거나 수사받게 된 민주당 당 대표와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이 '방탄 동맹'을 맺은 셈이다.

문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재임 시절인 2018년 3월 이상직 전 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자리를 주고, 그 대가로 이상직 이사장이 2018년 7월 문 전 대통령의 사위(현재는 이혼)에게 타이이스타젯에 전무이사 자리를 줘서 급여와 주거비 등으로 2억2천여만원을 받도록 해 준 것 아니냐(뇌물 의혹)는 것이다. 또 김정숙 여사가 친구를 통해 딸 다혜 씨에게 보낸 현금 5천만원, 문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만든 출판사가 다혜 씨에게 책 표지 디자인비로 보냈다는 2억원, 또 출판사 측이 빌려줬다고 진술한 5천만원 등의 성격과 출처도 의혹이다.

자서전 디자인비를 2억원씩이나 줬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에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전체 금액 중 상당 액수는 출판사 관계자가 빌려준 돈'이라고 주장했다. 출판사가 외부 디자이너에게 돈을 빌려주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또 "(문 전 대통령) 저자 인세(印稅)로 책정된 돈이 1억원이었으며 이 돈은 다혜 씨 통장으로 입금된 후 문 전 대통령에 다시 송금됐다"고 주장했다. 저자에게 줄 돈을 딸에게 준 다음 딸이 다시 아버지에게 송금했다는 것이다. 상식적이지 않다. 저자에게 줄 인세를 딸을 통해 둘러서 전달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문 전 대통령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누군가 나의 대통령을 물어뜯으면 나도 물겠다'고 말했다. 딸 다혜 씨는 검찰 수사에 대해 "가족은 건드리는 거 아닌데 (문 전 대통령은) 엄연히 자연인 신분인데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이제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법리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과 그 가족은 비위 혐의가 있어도 수사하면 안 되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물어뜯는 것' '막 하자는 것' '법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문 전 대통령은 떳떳하다면 '부모로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딸을 도왔다. 제3자를 통해 돈을 보낸 것은 증여세(贈與稅) 부담 때문이다'고 설명하면 된다. 그리고 돈의 출처를 밝히면 된다. 그런데 검찰 수사에 '강하게 임하겠다'고 하고, 딸과 측근은 '참지 않겠다' '물어 버리겠다'는 식으로 대응한다. 그러니 돈의 출처가 문 전 대통령 부부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나오는 것이다. 다혜 씨 역시 남편의 타이이스타젯 취직이 특혜가 아니라면 어떤 과정을 거쳐 입사해, 어떤 업무를 담당했는지 밝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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