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3회차 키아프리즈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지난 주말, 한국의 모든 미술인과 미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시선을 한 곳에 집중시킨 미술축제 키아프와 프리즈가 막을 내렸다.

올해로 3회째 공동 개최되는 '키아프리즈'가 진행되는 기간에는 전국의 미술계가 들뜬 분위기를 감추지 못한다. 페어가 진행되는 코엑스를 떠나더라도 서울 곳곳에서 축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많은 전시장에서 공들여 기획한 전시를 키아프리즈가 진행되는 아트위크에 맞춰 오픈하며, 특히 이 기간에만 즐길 수 있는 묘미로 여겨지는 프리즈 나이트는 삼청, 한남, 청담, 을지로에서 늦은 시간까지 전시장의 문을 열어두고 관객을 맞이하며 다과와 함께 예술을 즐기는 프리즈 나이트를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행사다.

동일 기간 리움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아니카 이의 개인전, 호암미술관의 니콜라스 파티 개인전, 아트스페이스 송은의 피노컬렉션 등 굵직한 전시들도 아트위크의 볼거리에 힘을 보탠다. 올해는 특히 부산비엔날레와 광주비엔날레가 함께 진행됨으로써 대한민국 전체가 미술로 들썩였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한국에 프리즈가 발을 디딘 이후 형성된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여 올해 처음으로 '대한민국 미술 축제'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9월 한 달간 전시 입장료 및 철도 관광 상품 연계 할인, 컨퍼런스 등의 혜택을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 프리즈 서울의 관람객은 4일간 7만여 명, 키아프는 5일간 8만여 명으로 지난해와 유사한 수치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프리즈는 '초고가 작품들을 거두고 실속을 차렸다', 키아프는 '그 수준이 프리즈를 따라잡았다'라는 호의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미술 시장의 불황으로 인해 페어는 엄청난 판매 실적을 올리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행사가 명실상부 한국 최대의 미술 축제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자리할 수 있는 것은 '페어'의 형태로 한국에 들어온 프리즈지만 단순히 수익 이상의 다양한 효과들을 국내 미술계에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계약 만료 기간인 2026년 이후 프리즈 서울의 지속 여부를 떠나, 2022년 시작된 이러한 문화적 흐름을 바탕으로 한국의 미술계가 매년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하며 성장하고 있다. 프리즈 서울이 철수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미술에 대한 애정과 뜨거운 관심이 지속될 수 있는 자생적인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1년 뒤에 다가올 내년의 9월 첫 주를 기대하면서, 1년 중 단 5일, 이 짧은 기간 동안 미술신(scene)에 주목되는 과열된 관심이 오래도록 잔잔한 온도로 흩어져 1년 내내 전국에서 공들여 진행되는 다양한 전시들에 가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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