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라 빚 갚기 위해 나선 7명의 여성…연극 '남일동 부인들' 14일 공연

근대 여성운동 효시 대구 '남일동패물폐지부인회' 재조명
14일 오후 4시·7시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무대, 전석 무료

연극
연극 '남일동 부인들' 이미지. 극단 한울림 제공

국채보상운동을 취재하던 어느 기자는 이름 모를 한 여성을 발견한다. 그녀의 삶을 따라 시간을 거슬러 올라 찾게된 그녀의 이름은 김수원의 처, 가명으로 배영순이다. 1902년 공부에 대한 열망이 컸던 배 씨는 신명소학교의 수업을 몰래 엿듣곤 했다. 하지만 그녀의 꿈은 아버지의 엄한 반대, 시집을 가라는 명령과 함께 멀어졌다. 결혼 후 몇 년 동안 아이가 없어 시어머니의 끊임없는 구박에 시달렸지만, 다정한 남편과 빨래터에서 만난 동네 아주머니들이 그녀에게 위로가 됐다. 삯바느질로 가계를 돕는 와중에도 기생 앵무집을 통해 글을 배우며 틈틈이 새로운 지식에 대한 갈망을 채우기도 했다. 어려운 시대에 여성으로서 힘든 삶을 살아가던 배 씨지만, 어느 날 나라가 빚 때문에 위기에 처하자 아주머니들과 '남일동패물폐지부인회'를 결성해 국채보상운동에 동참하는데...

사단법인 한울림이 기획한 연극 '남일동부인들'이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14일(토) 오후 4시, 7시에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무대에 오른다.

실존했던 '남일동패물폐지부인회'의 7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번 연극은 우리나라 근대 여성운동의 효시인 대구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의 활약을 재조명하고자 기획됐다. 국채보상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당시 사회에서 억압받던 여성들이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이끌어낸 변화를 무겁지 않게 그려낸다.

특히, 실제 부인회의 7명의 여성들은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의 아내나 어머니로만 기억되어왔지만, 2015년 그들의 이름을 찾기 위한 노력을 통해 대부분의 이름이 밝혀졌다. 그러나 마지막 한 명이자 연극의 주인공인 '배씨'의 이름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극단 한울림은 "이번 연극을 통해 역사 속에 묻혀있던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운동 단체를 재발견하고, 그들이 남긴 발자취를 통해 여성의 주체성을 되새기고자 했다. 단순히 이름을 되찾는 것을 넘어, 지역 여성사의 중요한 부분을 복원하는 작업이기도 하다"며 "온 가족이 모여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뜻을 담아 전석 무료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남일동 부인들' 공연 사진. 극단 한울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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