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구 '사랑의 오작교'에서 프로포즈를?… 이용률 기대 이하에 실망감

프로포즈 명소 꿈꾸며 2억9천만원 들여
번거로운 신청 방식·재송출도 안 돼
"예견된 결과… 다른아이디어, 대책 필요하다"

지난달 30일 방문한 사랑의 오작교. 다리 중앙에 하트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지난달 30일 방문한 사랑의 오작교. 다리 중앙에 하트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대구 남구청장 공약으로 야심 차게 제작된 '사랑의 오작교' 프로포즈 시스템의 이용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예견된 결과였다'고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찾은 앞산 하늘다리. 흰색으로 칠해진 다리와 어울리지 않는 붉은 하트 조형물이 다리 중앙을 꿰뚫고 있다. 이질적인 조형물 아래에는 영상을 송출할 수 있는 화면이 양쪽에 3면씩 설치돼 있다. 쪼개진 디스플레이 속에는 남구 홍보 영상이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었다.

신청한 영상을 틀 수 있다는 홍보 문구를 보고, 영상을 송출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안내판에 붙은 접수 메일로 영상을 보낸 뒤 허가 코드를 받아 키오스크에 입력해야 하지만, 언제 허가가 떨어질지 알 수 없는 구조였다. 구청에 문의하니 '통상 이틀 정도의 시간이 걸리며, 담당자가 빠르게 확인할 경우 곧바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아리송한 답변이 나왔다.

사랑의 오작교는 조재구 남구청장의 공약 중 하나로, 앞산 빨래터 공원을 전국적인 명소로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마련된 '랜드마크'다. 핵심 기능은 하트 모양 조형물 아래 설치된 6면의 화면에 이용자가 신청한 영상을 트는 것. 남구청은 가족과 연인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고 프로포즈 명소로 이용할 수 있다며 해당 시설물을 '사랑의 오작교 프로포즈 시스템'으로 명명했다.

이 시설물을 설치하는 데 특별 교부금과 구비를 합해 총 2억 9천만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조명 설치와 영상 송출 시스템 구축 공사가 진행됐으며, 올해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실제 이용률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에 진행된 행정사무감사에서 구청 측과 구의원 모두 '기대한 것보다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자조적인 평가를 내놨다.

실제로 첫 출범한 지난 1월 이용 건수는 3건에 불과했으며, 2월에는 11건, 3월 7건으로 저조한 실적이 이어졌다. 이후 이용률이 소폭 상승해 4월 38건, 5월 34건, 6월 27건과 7월 29건으로 집계됐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상 사랑의 오작교가 있는 앞산 해넘이전망대의 지난해 한 달 평균 방문객 수가 3만 2천여 명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실망스러운 수치다.

까다로운 신청 구조는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로 꼽힌다. 서비스 이용 신청 후 실제 이용까지 통상 2~3일이 걸리는 데다가, 키오스크를 통한 현장 접수는 불가하며 오로지 이메일 신청만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오작교를 관리하는 공공근로자 A씨는 "종종 이용하는 사람들도 '영상을 다시 재송출하려고 하니 또 2~3일을 기다려야 해 불편하다'고 얘기한다"며 "홍보가 덜 된 데다가 신청 절차도 복잡하니 키오스크만 만지다가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군포 등 다른 지자체에서 프로포즈존을 만들었으나, 이용물이 저조해 흉물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강민욱 남구의원은 "처음 만들 때부터 이용률이 저조할 것이라 걱정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상황이다"며 "이용 방법도 쉽지 않아, 다른 아이디어를 모색하지 않으면 세금 낭비 사례가 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남구청은 앞산에서 개최하는 행사를 내실 있게 운영해, 가까이에 있는 사랑의 오작교 시스템의 이용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축제나 캠핑장 개장 등 예정된 행사를 활용해 사랑의 오작교의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며 "좋은 평가가 이어진다면 시설물도 트렌드에 맞게 개선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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