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요즘 음원 차트는 ‘밴드 붐’] 데이식스 곡 잇따라 역주행 …지역 곳곳서 록 페스티벌 열기

데이식스 데뷔 10년만 음원차트 1위 석권, 록 페스티벌·타 밴드 공연도 매진 행렬
대학교 밴드 동아리 가입 늘고 즐기는 사람 많아져 장르 대중화·세분화↑
팬데믹 풀리면서 공연 문화 부활한 영향…아티스트와 장르 선순환
무더웠던 대프리카, 지역서도 록 페스티벌…가을에도 대세 밴드 출격

데이식스 새 앨범
데이식스 새 앨범 'Band Aid' 앨범 커버사진

지난 2일 미니앨범 '밴드 에이드(Band Aid)'로 컴백한 데이식스는 컴백 당일 멜론을 비롯한 국내 음원 차트 1위를 석권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앨범이 발매되고 엿새가 지난 8일 기준, 타이틀곡 '녹아내려요'는 여전히 멜론 톱 100 차트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앨범의 곡인 'Welcome to the Show'와 'HAPPY'가 각각 3, 4위에, 2019년에 발매된 앨범의 타이틀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6위로 역주행하면서 톱 10에는 데이식스 곡만 총 4곡이 올라가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록이라는 장르로 차곡차곡 쌓아올린 그룹의 서사가 멤버들의 군대 전역 이후 완전체로 합쳐지면서 시너지를 발휘한 셈이다. 이전에도 '믿듣데(믿고 듣는 데이식스)'라는 수식어처럼 노래 좋기로 소문난 그룹이었지만, 이러한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마니아만 즐기던 록이 최근 '대세'장르로 여겨지면서 씬 자체가 넓어진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힙합보다 멋진 록(Rock·樂)

"밴드 붐은 온다." 시대를 막론하고 꾸준히 록 음악만 듣는 록 마니아들의 염원이 담긴 말이다. 10년 전 힙합 경연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인기가 한창일 땐, 프로그램이 끝나고 다음 날이면 방송에 등장한 힙합 음원들이 차트에 줄을 세우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팬데믹을 지나면서 '록'이 그 흐름을 이어받았고, "밴드 붐은 이미 왔다"는 말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학생 한모(25) 씨는 "18학번인 내가 대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동아리든 공연이든 힙합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이었다"며 "록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웅장하고도 벅찬 사운드에 철학이 담긴 가사가 조명 받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경북대학교 밴드 동아리 '익스프레션' 회장 오승우 씨는 "팬데믹을 전후로 가입하는 인원도, 부원을 모집하는 가두모집에서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확실히 늘었다"며 "동아리에 모이는 학우들이 좋아하는 노래나 아티스트가 록 팬들이라면 알만한 일부에 편중돼있던 이전과 달리, 요즘에는 다양한 가수들이 언급되고 그 사이에서 좋아하는 분야가 세분화됐다. 이런 부분에서 장르 자체가 많이 커졌고 대중화됐다고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장르의 인기에는 다시 살아난 공연 문화가 큰 요인으로 꼽힌다.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록 음악 특성상 공연장에서 직접 밴드 사운드를 감상하려는 팬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중성과 음악성을 고루 갖춰 현재 밴드씬 대표주자로 꼽히는 '실리카겔'은 단독공연 티켓예매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또한 데이식스는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단독 콘서트 티켓 예매에서 3회에 걸쳐 4만여 석을 매진시키며 티켓 파워를 자랑했다. 다가오는 연말에는 국내 밴드 최초로 고척돔에 입성한다. 국내 최대 록 페스티벌인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도 매년 관람객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작년에는 15만명이 찾아 역대 최다 관람객을 기록했고, 올해도 15만여 명의 팬들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 보컬의 활약이 눈에 띄는 밴드
여성 보컬의 활약이 눈에 띄는 밴드 '유다빈밴드'. 엠피엠지 뮤직 제공

유다빈밴드, 터치드, 한로로, 윤마치 등 여성 보컬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공연을 잇따라 전석 매진시키고, 각종 페스티벌에서 종횡무진하면서 씬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음악의 인기와 더불어 록에서 영감받은 세련되고 쿨한 스타일의 '록시크룩'도 덩달아 유행하고 있다.

◆지역에도 부는 록풍(風)

페스티벌의 시대가 오면서 오히려 비수도권 곳곳에서 다양한 페스티벌을 만나기 쉬워졌다. 대구 곳곳에서도 이러한 문화의 장이 열리면서 '록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4일 동구 아양아트센터 야외광장에서 열린
지난달 24일 동구 아양아트센터 야외광장에서 열린 '2024 아양써머락페스타'에서 관객들이 열정적으로 무대를 즐기고 있다. 최현정 기자

지난달 24일 동구 아양아트센터 야외광장에서는 '2024 아양써머락페스타'가 성황리에 펼쳐졌다. 32도가 달하는 무더위에도 공연 주최 측에 따르면, 행사가 진행된 3시간 동안 지나가며 들린 관람객까지 포함해 1천300여 명의 관객이 모였고, 순간 최대 인원은 580명으로 추정됐다. 광장 주변에는 20여 개의 플리마켓과 포토존도 마련해 유명 페스티벌을 방불케 했다.

올해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인지도 있는 팀들의 공연으로 꾸려졌다. 지역 초등학교인 효성초 스쿨밴드 '락키즈'의 예열을 시작으로 대구 출신 멤버들을 포함한 밴드 매드킨, 레미디, 헤이맨의 파워풀한 공연이 이어졌다. 각 밴드의 발매곡과 누구든 알만한 대중적인 곡들을 섞어 선보이면서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떼창을 부르며 다 함께 공연을 즐겼다. 공연의 대미는 JTBC 싱어게인과 KBS 불후의 명곡 등에서 인지도와 팬층을 확보한 '밴드 아프리카'가 장식했다. 보컬 윤성의 파워풀한 고음에 관객들이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자유롭게 뛰면서 공연을 만끽했다.

아양아트센터 측에 따르면 올해 록 페스티벌 행사는 주민 접근성이 쉬운 광장에서 개최하면서 더 많은 지역민들이 공연을 즐겼다. 공연을 기획한 이경진 동구문화재단 팀장은 "입장료 없이 문턱을 낮춰 멀리 가기보단 지역에서 록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 올해는 관객 수도 늘었을 뿐만 아니라 젊은 층의 관객이 가족 단위를 앞질렀다"며 "내년에도 대대적 홍보와 부대행사 연계를 통해 행사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동구 아양아트센터 야외광장에서 열린
지난달 24일 동구 아양아트센터 야외광장에서 열린 '2024 아양써머락페스타'에서 관객들이 열정적으로 무대를 즐기고 있다. 최현정 기자

같은 달 10일 서구문화회관도 이현공원 잔디광장에서 원조 록 밴드 크라잉넛과 육중완밴드를 초청해 락 콘서트를 열어, 두 그룹 특유의 시원한 사운드로 한 여름 밤의 무더위를 식혀줬다.

선선한 가을날에도 지역에서 대규모 페스티벌들이 예정돼있다.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경주 봉황대 일대에선 '황금카니발 2024' 행사가 개최된다. 김창완밴드, 페퍼톤스, 브로콜리너마저, 글랜체크 등 31팀의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라인업이 준비돼있다. 국내 맥주 양조장 15곳도 참가해 맥주와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대구에서도 다음 달 12일 대구스타디움 동편광장 일대에서 '2024 더하이퍼데이' 뮤직페스티벌이 개최된다. 페퍼톤스를 필두로 루시, 설과 같은 대세 밴드들이 대구를 찾는다. 특히 '낭만고양이', '오리날다' 등 명곡을 남긴 국내 대표 록 밴드 체리필터도 출연해 많은 팬들의 기대감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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